[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주식 공매도가 또 한 번 핫한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정부가 이달 6일부터 내년 6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키로 한 것이 논란을 촉발시켰다. 논란은 정치적 해석이 끼어드는 바람에 더욱 강하게 확산됐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총선을 5개월가량 앞둔 시점에 전격적으로 취해진 것이 원인이다. 증권가에서도 여권이 1400만 개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노려 공매도 금지 카드를 빼들었다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가 정치권에서 격론을 초래할 것 같지는 않다. 원내 제1당이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미 공매도 한시 금지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다만 민주당은 내년 4월 총선을 전후해 금지 기간이 설정된 점을 거론하며 이번 조치에 여권의 정치적 계산이 깃들어 있다고 주장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지난 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지난 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민주당은 또 윤석열 정부가 그간 공매도의 불합리성을 방치함으로써 문제를 키웠다는 주장을 펼쳤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6일 기자들에게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가 능사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뒤 “향후 공매도 제도가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작동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이번 조치에 반대하는 것이 표심 끌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민주당은 정부가 그간 공매도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번 조치에 찬성하면서도 정부가 개미들의 민심을 독점할 가능성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하는 행태라 할 수 있다.

사실 공매도는 개미들의 반발 및 정치적 논란과 별개로 전문가들로부터 필요성을 인정받아온 제도다. 공매도 제도는 나름의 순기능 덕분에 오랜 세월 국제적 관행으로 자리를 굳혀왔다. 단순한 관행 차원을 넘어 선진증시가 갖추어야 할 구색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기까지 하다. 이번 조치가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방해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공매도(空賣渡)는 국내에서 개미 투자자들로부터 숱한 공격을 받아왔다. 기관이나 외국인들이 남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즉 빈(空) 손으로 주식을 판(賣渡) 뒤 주가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싼값에 되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 기법이 결과적으로 개미들에게 불이익을 안겨준다는 것이 비난의 주된 내용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개미들은 공매도가 그 특성상 주가 하락기에 이익을 낼 수 있는 투자 기법이라는 점에 큰 불만을 토로해왔다. 개인도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지만 정보력·자본력에서 뒤지기 때문에 공매도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개미들의 주장이다.

나아가 우리 공매도 제도는 개인과 기관·외국인을 차별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기까지 하다. 일례로 주식 상환 기간에서 차이가 있다. 개인은 90일로 기한이 설정돼 있지만 기관·외국인에겐 그런 제한이 없다. 담보 비율에서도 차별이 있다. 개인 120%, 기관·외국인 105%다. 공매도가 기관·외국인에게 유리한 제도임을 보여주는 내용들이다. 이런 차이 탓에 공매도는 개인에게는 사실상 닫혀 있는 마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미들의 불만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주가가 크게 떨어질 때마다 기관 및 외국인들이 공매도를 통해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특정 주식의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게 아닌가 의심하곤 했다.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개미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무차입 공매도란 먼저 주식을 빌린 다음 매도 주문을 하는 정상적 공매도와 달리 차입도 하지 않고 매수 주문부터 넣는 행위를 지칭한다. 무차입 공매도는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로서 불법이다.

개미들의 불만은 최근 금융 당국이 BNP파리바와 HSBC 등 외국계 대형 투자은행들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해낸 것을 계기로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국내 증시의 전 종목에 대해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우리 금융 당국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융 당국은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공매도 일시 중지 조치를 취했었다. 이번 조치가 앞선 사례와 다른 측면이 있다면 경제적 혼란이 수반되지 않은 가운데 취해졌다는 점이다. 야당 등에서 포퓰리즘 시비가 제기되는 것도 이런 현실과 연관돼 있다. 당국이 불법 공매도 처벌을 느슨하게 해오다가 이번에 불법 사례들을 빌미로 갑자기 공매도 전면 금지를 결정한 점도 포퓰리즘 시비의 빌미가 되고 있다.

공매도 한시 금지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대체로 일치된 분석이 제기된다. 단기적으론 주가 하락 압력을 줄여줄 수 있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증시에 마이너스 효과를 안겨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그 근거는 공매도가 지닌 나름의 순기능이다.

공매도의 대표적 순기능으로는 증시 과열을 예방해주는 효과가 우선 거론된다. 공매도 세력들이 주로 공략하는 대상이 주가에 거품이 끼어 있는 주식들이라는 점이 그 이유다. 이에 따라 공매도는 증시의 변동성을 줄여주는 작용을 한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공매도가 주가조작 세력들에겐 달갑지 않은 제도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가가 시장원리에 맞지 않게 상승할 경우엔 공매도가 일어나 자연스레 가격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이 또한 공매도 제도의 중요한 순기능 중 하나로 평가된다.

공매도가 기관 같은 큰 손들이 더 선호할 여지를 많이 지녔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실제로 큰 손들에게 공매도는 반드시 있어야 할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인식돼 있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기에 자산 손실을 일부나마 만회해줄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투자은행 등 큰 손들은 공매도 없는 증시를 외면하기 마련이다. 이미 참여한 증시에서 공매도가 폐지된다면 그들로서는 그곳을 떠나려 하는 게 자연스런 일이다.

우리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리자 결국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떠나가고, 그 결과 장기적으로 증시 전반이 부진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치 때문이다.

우리 정부 당국은 이번 조치를 내린 배경과 관련,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시켜둔 상태에서 시스템 개선책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좋게 해석하자면, 제도를 임시 폐지한 뒤 백지상태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고, 불법 공매도를 엄단하는 쪽으로 법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공매도 전면 금지는 바람직한 결정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동시에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결정은 정책 오류 사례로 남아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가능성이 크다. 공매도 금지는 우리 자본시장의 후진성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가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었다는 점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이번 조치로 국제사회는 한국 증시에서는 언제든 공매도가 예고 없이 금지될 수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됐다. “공매도 금지가 한국 증시의 선진시장 진입을 어렵게 할 것”이란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는 그런 인식을 제대로 대변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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