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하림 기자] 한샘이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한샘은 매출액 4809억원, 영업이익 49억원을 기록하며 두 분기 연속 흑자 경영에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0.8% 올랐고 영업이익은 185억원 개선됐다(-136억원→49억원). 8월 취임한 김유진 대표의 ‘경영 효율화’ 전략이 통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시기 리빙업계는 활황을 맞이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사람들이 인테리어나 가구에 신경쓰게 된 것.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28조원대이던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코로나19가 우리나라를 휩쓴 2020년 41조원대로 성장했다. 한샘도 2019년 1조6983억원이던 매출액이 2020년 2조674억원, 2021년 2조2312억원으로 오르는 등 실적 호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엔데믹이 찾아오고 고금리로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리빙업계는 주택매매거래량의 영향을 받는데,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매매거래량은 50만8790건으로 전년(101만5171건)보다 49.9% 감소했다. 한샘의 지난해 매출은 2조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217억원 발생했다. 2002년 상장 이후 첫 연간 적자였다.

홈 퍼니싱 관련 이미지. [사진 = 한샘 제공]
홈 퍼니싱 관련 이미지. [사진 = 한샘 제공]

이에 2021년 한샘을 인수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올해 8월 김유진 IMM오퍼레이션즈본부 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내세웠다. 김유진 대표는 미샤 등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 에이블씨엔씨를 취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다만 그 과정에 에이블씨엔씨에서 25%가량의 인력감축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한샘에 구조조정 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김유진 대표 취임으로부터 약 100일이 흘렀다. 일단 한샘은 구조조정 없는 경영 효율화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샘은 지난 8월 2일 김유진 대표 취임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신 최근 한샘이 힘을 주고 있는 것은 디지털 전환이다. 지난 2월 한샘은 온라인 쇼핑몰 ‘한샘몰’에 상품 및 매장 정보를 제공하는 ‘한샘닷컴’을 합쳐 기존의 몰을 리뉴얼 론칭했다. 새롭게 단장한 한샘몰은 정보 탐색부터 상담·견적·계약·시공·사후관리(AS) 등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한샘몰 리뉴얼 론칭 후 3달간 한샘몰 매출액이 월 평균 21%씩 느는 등, 성과는 긍정적이다. 젊은층 유치에도 성공했다. 한샘에 따르면 한샘몰 신규 고객의 70%가량은 20~40대였다.

지난달에는 한샘몰에 ‘홈퍼니싱’ 기능을 추가했다. 홈퍼니싱이란 홈(home)과 퍼니싱(furnishing)의 합성어로 가구, 조명, 벽지, 소품 등을 활용해 집안을 꾸미는 것을 뜻한다. 우선 고객이 매장에서 가구의 QR 코드를 촬영해 상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VR(가상 현실)과 AR(증강 현실) 기술로 해당 가구를 실제 공간에 배치해 볼 수 있다. 또한 붙박이장 구조를 고객이 직접 설계하고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붙박이장 셀프플래너’ 기능도 생겼다.

올해 2분기 한샘은 매출액 5148억원, 영업이익 1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예측을 뒤엎었다. 3분기에도 증권가 예상(19억원)보다 높은 4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달 6일 신영증권은 한샘의 목표가를 기존 5만원에서 6만원으로 20% 올리고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신영증권 박세라 연구원은 “오프라인 매장 축소, B2C(기업-소비자 거래) 비중 확대에 의한 매출 개선, 공급망 관리 통폐합 등 원가 관리를 통한 수익 개선 등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샘은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업계 예측은 나쁘지 않다. 4분기는 전통적인 결혼·이사철이라 인테리어·가구 수요가 높다. 전국 주택거래매매량도 1월 2만6000건, 2월 4만1000건에서 3~9월 5만건 안팎으로 회복됐다.

한샘 관계자는 기자에게 “시공·물류·유통 등을 아우르는 ‘토털 홈인테리어’ 기업으로 나아가려 한다”면서 “수익성 개선 없는 매출 성장이 아닌 장기적인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가능한 사업 구조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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