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하림 기자] 이마트가 ‘본업 경쟁력 강화’를 선언했다. 이마트 한채양 대표는 내년 최소 5곳의 점포 부지를 확보해 2년여간 중단한 신규 출점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외형 확장으로 매출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의도다. 오프라인으로 시작한 이마트는 오프라인으로 흥할 수 있을까.

지난달 취임한 한채양 대표는 이달 9일 서울 신세계남산 연수원에서 열린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회사의 모든 물적·인적 자원을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데 쓸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2021년 전주 에코시티점 이래로 중단한 신규 출점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2019년부터 점포 매각 혹은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입점)을 진행하며 유동자산을 조달했다. 2020년 160개였던 이마트 및 트레이더스의 국내 매장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154개로 줄었다. 본점 격이던 성수점마저 올해 4월 문을 닫았다. 대신 이마트는 G마켓 운영사 이베이코리아, 패션 플랫폼 W컨셉, 프로야구팀 SSG랜더스 등을 2021년 인수하며 온라인 사업에 집중했다. 특히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3조4404억원이라는 거금이 들어간 이마트의 ‘승부수’였다.

[사진 = 이마트 제공]
[사진 = 이마트 제공]

그러나 G마켓은 기대보다 저조한 실적을 냈다. 2019년 615억원, 2020년 85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인수 직후인 2021년 43억원으로 급락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655억원의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 전환했다. 2018년 설립한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의 영업손실도 2020년 469억원, 2021년 1079억원, 2022년 1112억원으로 확대됐다.

본업인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성도 계속 악화됐다. 2018년 4893억원이던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2020년 2372억원, 2022년 1357억원으로 내려갔다. 올해 상반기에는 394억원의 적자마저 기록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셈이다.

결국 올해 9월, 이마트 강희석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강희석 전 대표의 원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였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한채양 대표를 내세웠다.

온·오프라인 통합을 강조하던 강희석 전 대표와 달리 한채양 대표는 이마트의 영업 기반인 오프라인 매장의 외형 성장에 초점을 뒀다. 한채양 대표는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내년 최소 5개 이상의 점포 부지를 확보해 신규 출점을 이루겠다”며 “고객이 더 많은 시간을 체류할 수 있도록 라이프스타일형 점포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채양 대표가 언급한 라이프스타일형 점포란 올해 7월 ‘더 타운몰’로 리뉴얼 오픈한 일산 킨텍스점(사진)과 같이 체험 콘텐츠를 강화한 매장을 뜻한다. 킨텍스점은 식당가, 브런치카페, 만화카페, 키즈카페, 스포츠·레저 시설 등 여가시설을 늘려 고객의 체류 시간 확대에 집중했다. 그 결과 리뉴얼 이후 킨텍스점 매출은 지난해보다 10%가량 증가했다. 더 타운몰로 리뉴얼한 매장은 킨텍스점 외에도 서울 월계점, 인천 연수점이 있다.

또한 최근 이마트는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로 이어지는 오프라인 유통 소싱을 통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의 경제로 원가를 절감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경쟁사인 롯데쇼핑은 지난해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소싱을 통합해 실적 개선을 이룬 바 있다.

기존 사업을 점검하는 시간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지난해 시작한 퀵커머스 애플리케이션 ‘쓱고우’의 베타테스트를 다음달 8일부로 종료하기로 했다. 애플리케이션 내 공지에서는 “추후 정식 서비스로 신규 오픈할 예정”이라고 알렸지만 구체적인 날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쓱고우를 위해 서울 논현동과 역삼동에 만든 도심형물류센터(MFC)도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이마트는 무사히 ‘위기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신한투자증권 조상훈 연구원은 “이마트가 조직 개편 이후 신규 점포 출점, 기존 점포 리뉴얼, 통합 운영 등 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어 변화가 감지된다”며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을 하나의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원가율 개선에 따른 실적 개선폭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빠른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신증권 유정현 연구원은 “본업은 무난했지만 자회사가 부진했다”며 “신세계 건설의 실적 회복이 당장 쉽지 않고, SSG닷컴 적자 축소 흐름도 당분간 다시 확대 흐름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 연결 실적 손익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자에게 “리뉴얼한 매장들의 매출이 상승했고, 이달에는 계열사 할인전 ‘쓱데이’도 진행됐기에 내부에선 4분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대형마트의 존재 의의는 고객에게 편의를 주는 것이라고 본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유통 부지가 있으면 계속 라이프스타일형 점포를 오픈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마트는 이달 14일 공시를 통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2% 감소한 4조4386억원, 영업이익은 5% 증가한 110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마트 별도 영업이익이 성장세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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