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코스피가 지난주까지 모처럼 4주째 상승세를 유지했다. 미국 내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나타낸 가운데 시장금리가 하락 양상을 보이고 달러화 약세 기미가 나타나자 외국인들이 코스피 시장에 몰려든 게 지수 상승의 핵심 동력이었다. 한때 5%선을 넘어섰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요즘 4%대 중반으로 내려가 있다.

미국 시장금리 하락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끝내고 내년 5월 무렵부터 하향조정을 시작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연관돼 있다. 고금리 시대가 서서히 종식될 것이란 전망은 연준이 외형상 기존 스탠스를 완고히 고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주 동안 시장을 지배했다.

다만, 그 같은 기류는 지난주 들어 조금 주춤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 논의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자 나타난 현상이었다. 의사록엔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광범위하게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는 등의 지적이 들어가 있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소수의견조차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장전문가들의 내년 5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도 다소 약화되는 기류가 나타났다. 11월 FOMC 의사록 공개 당일의 CME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내년 5월에 미 기준금리가 지금 수준(5.25~5.50%)보다 한 단계 내려갈 확률은 금리 유지 확률보다 다소 높은 정도였다. 당일의 동결 확률 대 인하 확률은 41.2%대 45.2%였다.

지난 주 코스피 상승세 둔화는 지수의 단기 급등에 따라 재발된 개인 투자자들의 조심성 탓도 있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5000억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한데 반해 개인은 8883억원을 순매도했다.

국내 증시에서 지수의 추가 상승을 이끌 뚜렷한 요인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오는 30일 발표될 미국의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일부 열려 있다.

만약 10월 PCE 가격지수가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락세에 호응하며 유의미하게 긍정적 변화를 나타내준다면 증시엔 다시 한 번 훈풍이 불 수 있다. PCE 가격지수는 연준이 CPI 이상으로 선호하는 물가지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근원PCE 가격지수 추이다.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미국의 10월 근원PCE가격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5%, 전월 대비 0.2%다. 각각 9월의 지수 상승률 3.7%와 0.3%보다 조금 낮아진 수치다.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에 등장한 산타 클로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에 등장한 산타 클로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다수 연준 관계자들의 공개 발언도 이번 주 코스피 지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이달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직후 기자들에게 다소 매파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FOMC는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발언의 요지였다. 따라서 시장은 이 발언을 기준 삼아 그의 다음달 1일 공개발언 내용에 변화가 있을지 지켜보려 할 것 같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셸 보먼 연준 이사(이상 28일)와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30일),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12월 1일)도 이번 주 공개발언에 나선다. 다음달 1일 이후부터는 연준이 설정한 2주간의 블랙아웃이 시작된다. 이 기간 중엔 연준 관계자들의 통화정책 관련 공개발언이 금지된다.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국내 이벤트도 예정돼 있다. 오는 30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와 다음달 1일 나올 관세청의 11월 수출입동향이 그것들이다.

한은 금통위는 이번에도 기준금리(현재 3.50%)를 동결할 것으로 추정된다. 11월 수출액은 두 달째 증가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달 하순(21~30일)에도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며 회복 가능성을 보여줄지 여부다. 반도체 경기 회복세가 보다 분명히 확인된다면 이 또한 증시에 새로운 동력원이 되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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