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미국 연준발 훈풍이 코스피지수의 주간 상승 횟수를 한 번 더 늘려주었다. 이미 6주 연속 상승한 탓에 경계심을 품었던 증시는 지난주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조기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시사로 주간 상승폭을 오히려 더 키웠다.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45.71포인트(1.82%)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7주 연속 지수 상승을 가능케 한 세력은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지난 주에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4185억원, 1조862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개인만이 단기 급등에 따른 경계심을 키운 탓에 3조3854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의 대량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기계(5.69%)와 섬유·의복(4.95%), 통신(2.55%), 화학(2.25%), 전기전자(2.16%), 운수장비(2.04%), 운수창고(2.03%), 제조업(1.85%), 서비스(1.84%), 유통(1.84%), 금융(1.80%), 증권(1.42%) 등 다양한 종목에 걸쳐 상승했다.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 = 연합뉴스]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 = 연합뉴스]

지난주엔 훈풍의 발원지 격인 뉴욕증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다우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3만7000선을 넘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2022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3대 지수의 주간 상승률은 2% 이상이었다.

분위기를 달군 것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윈회(FOMC) 회의를 마치면서 연준이 발표한 성명과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이었다. 특히 파월 의장이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등의 비둘기파적 발언을 쏟아낸 것이 증시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3개월 만에 크게 바뀐 점도표는 연준 내부의 분위기 변화를 대변해주었다. 이번에 새로 갱신된 점도표는 연준 관계자들이 전망하는 내년 말 기준금리의 중간값이 4.6%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는 내년 말까지 연준 기준금리가 4.50~4.75%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행 기준금리가 5.25~5.50%임을 감안하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인하하려는 기류가 연준 위원들 사이에 형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연준의 이번 통화정책 회의는 고금리 시대가 서서히 저물어 갈 것임을 알리는 역사적 이벤트였다. 뉴욕증시와 국내 증시가 환호성을 지를 만한 사건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한 달여 간의 지수 상승에 대한 부담이 투자자들의 흥분을 제한하는 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분위기는 이번 주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내 증시 투자자들은 연준의 스탠스 변화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려 할 것이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국내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해간다는 기미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고, 저금리가 가계부채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점 등이 한은 기준금리 인하를 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주엔 증시 분위기 변화를 초래할 만한 이벤트가 많지 않다. 그나마 눈길을 줄 만한 것은 18일 있을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연설과 22일로 예정된 미국의 1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발표다.

보스틱 총재의 연설은 이달 FOMC 회의 때 금리 인하 논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인 와중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주 막판에 발표되는 미국의 11월 PCE 가격지수는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물가 지표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11월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3.2%다. 전달의 상승률은 각각 0.2%, 3.5%였다.

시장 전망치대로만 지수가 나와 주어도 증시 분위기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PCE 가격지수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높게 발표된다면 시장에서는 연준 기준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기대가 과도했다는 자성이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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