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유정환 기자] 최근 넥슨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으면서 3년 전의 아이템 확률조작 사실이 다시금 수면 위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국내 매출 1위 게임사 넥슨코리아(이하 넥슨)가 온라인 PC게임 ‘메이플스토리’ 및 ‘버블파이터’ 내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린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원을 잠정 부과한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게임 캐릭터 능력치를 높이려는 유저들의 심리를 이용해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 ‘큐브’를 도입하고 ‘반복 구매’를 유도했다. 큐브는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큰 수익모델로 법위반 기간(2010년 9월 15일~2021년 3월 4일) 동안 넥슨의 큐브 매출액은 55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 메이플스토리 유저가 넥슨에 확률 공개를 요구하며 트럭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한 메이플스토리 유저가 넥슨에 확률 공개를 요구하며 트럭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넥슨은 큐브를 도입하고 2010년 9월 15일부터 큐브 사용 시 인기옵션이 덜 나오도록 확률구조를 변경하고도 이용자들에겐 이를 알리지 않았다. 확률구조 변경은 인기옵션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또 2011년 8월 4일부터 2021년 3월 4일까지 큐브 사용 시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특정 중복옵션 등이 아예 출현하지 않도록 확률을 변경하고도 이용자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에 더해 넥슨은 ‘큐브의 기능에 변경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는 거짓 공지까지 했다. 나아가 장비 최상위 등급(레전드리)을 만들고 해당 등급으로의 상승이 가능한 ‘블랙 큐브’를 출시하면서 등급상승 확률을 1.8%로 설정했다가 매일 조금씩 낮추더니 결국 1%에 이르게 했다.

버블파이터와 관련한 기만 행위도 적발됐다. 넥슨은 버블파이터 게임 내 이벤트인 ‘올빙고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애초에는 매직바늘을 사용하면 언제나 골든 숫자카드가 나올 수 있도록 확률을 부여했다. 그러나 10~29차 이벤트에서는 6개 이상 매직바늘을 사용하는 경우에만 일정 확률로 골든 숫자카드 획득이 가능하도록 설정을 바꾸었다. 그렇게 하고도 그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다. 게다가 넥슨은 관련 공지에서 ‘매직바늘 사용 시 골든숫자가 획득된다’고 거짓 공지했다.

이로써 넥슨은 게임사 중 역대 최다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받게 됐다. 3년 전 발견된 사항이지만 이번 과징금 조치로 재조명되자 국내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선 넥슨 비판 여론이 확산됐다.

이에 3일 메이플스토리 공식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에선 강원기 총괄 디렉터, 김창섭 디렉터가 출연해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사과를 우선적으로 전하긴 했으나 큐브의 확률조절이 ‘게임 밸런스 유지’를 위한 조치였다고 변명함으로써 비난을 자초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홈페이지에 “동일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 3년 전 모든 유료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전면 공개하는 방법을 택했고 더 나아가 확률 모니터링 시스템 ‘넥슨 나우’를 도입하기도 했다”는 내용의 해명 및 사과글을 올렸다.

그러나 유저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부 유저들은 국내 게임 커뮤니티에 “앞에서만 소통하고 뒤에선 조작한다” “이 정도면 집단소송 갈 수 있겠는데 유저들 상대로 사기친 것” 등의 비판글을 올렸다.

메이플스토리 유저 A씨(27·남성)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메이플스토리를 13년 정도 플레이하면서 지금까지 지불한 금액이 600만원 정도인데 ‘레드 블랙 큐브’와 ‘에디셔널 큐브’에만 유효옵션을 뽑으려고 200만원은 쓴 것 같다”며 “큐브를 돌릴 때마다 실제로 기도했었는데 농락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넥슨의 과징금 처벌에 대해선 “매출에 비해 너무 적은 금액인 것 같다”며 “피해 유저들에게 환불과 같은 실제적인 피해보상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