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에 들떠 있던 증시가 다시 신중모드로 돌아섰다. 연준의 내부 기류를 너무 낙관적으로 해석했다는 자각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생겨난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교적 긴 기간 지수가 상승행진을 이어온 점도 투자자들의 조심성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주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2.90% 하락했다. 주간 단위 비교에서 지수 하락이 나타난 것은 10주만의 일이었다. 뉴욕증시의 흐름과 유사한 결과였다. 뉴욕증시에서도 지난 주 3대 지수가 일제히 주간 하락을 기록했는데, 이들 3대 지수 동시 하락 또한 10주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었다.

지수 상승세에 직접 제동을 건 것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된 연준의 지난해 12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이었다. 지난달 12~13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 진행 기록에 의하면 연준 위원들은 당시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위원회의 목표(2%)를 향해가고 있다는 명백한 움직임이 보일 때까지’ 기준금리를 제약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미국 대형마트 입구에 나붙어 있는 구인 광고문. [사진 = AP/연합뉴스]
미국 대형마트 입구에 나붙어 있는 구인 광고문. [사진 = AP/연합뉴스]

12월 회의 의사록은 제롬 파월 의장의 당시 기자회견에서 했던 발언 내용보다 훨씬 매파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이 일로 미국 내에서는 파월 의장이 연준 내부 분위기를 잘못 읽었거나, 메시지를 시장에 정확히 전달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12월 회의 의사록이 공개된 이후 시장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애초 기대했던 3월보다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강화됐다. 분위기 변화를 말해주듯 시장금리도 상승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달 말 3.8%대에 머물렀던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4%대로 올라섰다.

투자자들은 이제 오는 11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12일 0시30분)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하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주목하려 하고 있다. 12월 CPI에 따라 연준 내부 분위기가 좌우될 수 있어서이다. 12월 FOMC 의사록에도 나와 있듯이 연준은 앞으로 지표에 입각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시장이 예상하는 12월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3.3%다. 이는 전달의 0.1%, 3.1%보다 높은 수치들이다.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연준의 조기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연준이 중시하는 근원CPI 상승률은 전달(0.3%, 4.0%)보다 완화된 0.2%, 3.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역시 인플레이션 둔화가 느리게 진행될 것이란 시장의 인식을 대변해주고 있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고용이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결심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 노동부가 지난주 발표한 지난해 12월 비농업부문 고용 증가폭은 21만6000명이었다. 임금 인상률도 4.1%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들 지표는 미국의 고용시장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연준으로서는 미 경제의 경착륙 우려에서 벗어나 타이트하게 통화정책을 운용할 명분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번 주에는 연준 위원들의 공개 발언에도 신경을 써야 하다. 지수에 영향을 미칠 마땅한 이벤트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들의 발언이 지니는 무게가 더 커질 수 있다. 공개 발언에 나서는 이는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8일)와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10일),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11일) 등이다.

곧 이어질 기업들의 분기 실적 발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요인들이다. 국내 이벤트로는 11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있다. 한은은 이번에도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15포인트(0.24%) 오른 2584.23의 강보합으로 출발했으나 오후 들어서는 약보합 흐름으로 바뀌었다. 지수는 결국 전장 대비 10.26포인트(0.40%) 하락한 2567.82를 기록하며 하루장을 마감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