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정유진 기자] 홍해발 중동 리스크가 대한항공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증권가 애널리스트 등은 가능성이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한항공 측도 그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고 있는 듯 보인다.

현재 중동의 물류 요충인 홍해에서는 친이란 성향의 예멘 반군 후티가 민간 선박들을 공격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집트와 면한 홍해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 역할을 하면서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를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항로에 차질이 생기면 물류비용 급등, 운송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달 5일 기준 국제 해상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1010.81p)에 비해 87.6% 뛴 1896.65p를 기록, 가파른 상승 곡선을 유지 중이다. 홍해의 파고가 높아진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수에즈 운하를 거쳐 홍해로 가고 있는 화물선 모습. [사진 = EPA/연합뉴스]
수에즈 운하를 거쳐 홍해로 가고 있는 화물선 모습. [사진 = EPA/연합뉴스]

이처럼 해상운송비가 솟구치면 국내 업계에서는 그 여파로 항공 운송이 늘고 운임도 동반상승해 결국 대한항공이 수혜를 입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 전체 매출 가운데 화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가량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도 물동량 증가에 따른 화물운임 고공행진으로 유례없는 호실적을 거뒀다.

대한항공 잠정 실적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2022년 별도 기준 연간 매출은 13조4127억원, 영업이익은 2조8836억원이었다. 사상 최대치에 해당하는 실적이었다. 그중 화물 노선 매출은 7조7244억원이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중동 이슈로 하늘길을 택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운임도 상승함으로써 이번엔 대한항공 ‘역대급 실적’을 다시 경신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한항공 측은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출 구조상 화물이 전체 실적을 좌우할 만큼의 비중을 가진 수입원은 아니란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4분기는 원래 연말 효과 등으로 항공화물 수요가 느는 계절적 성수기고, 무장단체 난립 같은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해로가 막히면 급한 화주들은 항공운수 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는 있다”고 말했다. 자사 매출·영업이익이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지만 속단할 수는 없다는 투였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화물 매출의 경우 보통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한다고 알고 있다. 기존에 배로 운송하던 걸 항공기로 운송하려는 수요가 생겨나는 식으로 일견 항공사 실적에 좋은 영향을 줄 듯한 상황으로 보이지만, 변수가 너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변수란 환율, 유가, 후티 반군 사태의 지속 여부 등을 지칭한다.

이와 관련, NH투자증권 정연승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수에즈 운하의 통행 리스크 장기화로 주요 노선에서 운임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선사들은 일부 운송 중인 화물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성수기 할증료 등의 다양한 할증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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