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코스피가 9주 연속 상승한 뒤 2주째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승 지속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경계심은 미국 기준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기대감 약화, 주요 기업들의 분기 실적 부진 등과 맞물려 더욱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2일 코스피는 전주보다 2.05% 하락해 2525.05에 머물렀다. 한 주 전의 2.90% 하락에 이어 2주째 뒷걸음질을 친 것이다. 보조를 맞춰가며 9주 연속 상승했다가 동시에 하락으로 반전됐던 뉴욕증시가 지난주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지난 주 뉴욕증시에서는 3대 주요지수가 전주보다 일제히 상승했다. 각각의 상승폭은 다우지수 0.3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1.84%, 나스닥 3.09%였다.

두 개 시장에서 비슷하게 이어지던 흐름에 차이를 가져다준 직접적 원인은 국내 주요기업들의 실적 부진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기업들이 지난주 초 ‘어닝쇼크’에 해당하는 작년 4분기 영업실적을 공개한 것이 결정타였던 것으로 보인다.

예멘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후티 반군들의 모습.  [사진 = EPA/연햡뉴스]
예멘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후티 반군들의 모습. [사진 = EPA/연햡뉴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에서 29%나 부족했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 분기 영업이익 또한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전망치와의 격차 폭이 LG전자는 37%, LG에너지솔루션은 43%에 달했다.

안 그래도 지수 반등을 이끌 호재가 없던 차에 이들 주요 기업이 ‘어닝쇼크’ 실적을 내놓자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지수 상승에 대한 기대를 접는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주 뉴욕증시는 연이어 발표된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에 울고 웃는 모습을 번갈아 연출했다. 11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12월 CPI의 전월 대비 및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각각 0.3%와 3.4%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뉴욕증시는 이에 잠시 긴장하는 듯했으나 하루 뒤 발표된 PPI에 다시 안도감을 드러냈다. 12월 PPI의 전월 및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각각 -0.1%와 1.0%였다. CPI 상승률이 기대보다 높아 연준의 긴축기조 장기화를 우려했으나 선행지표 격인 PPI가 비교적 낮게 나옴으로써 다시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결과 덕분에 시장에서는 3월 미 기준금리 인하론이 다시 힘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증시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는 오는 17일 발표되는 미국의 12월 소매판매를 우선 꼽을 수 있다. 미국 내 소비 실태를 보여줄 12월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0.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11월의 0.3%보다는 둔화된 수치에 해당한다. 소매판매 둔화는 미국 경기 흐름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강화시킬 수 있다.

본격화될 지난 분기 기업실적 발표 또한 증시 분위기에 변화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분간은 기업 실적이 장세를 주도하면서 종목별 차별화를 초래할 것이란 예상도 적지않게 제기되고 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공개발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 주는 오는 30~31일의 FOMC 회의를 앞두고 위원들에게 공개연설이 허용되는 마지막 기간이다.

아직 결정적 영향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과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 간의 충돌 사태에도 눈길을 줄 필요가 있다. 예멘 내 후티 반군이 이란을 등에 업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만큼 중동에서의 긴장은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잠재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양측 간 충돌이 격화되면 당장 홍해의 물류 기능이 장기적·전면적으로 마비돼 공급망이 훼손되고, 그 결과 국제유가와 원자재 값 등이 폭등할 수 있다. 사태 장기화는 세계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빠뜨릴 위험성까지 안게 된다.

한편 주 첫날인 15일은 ‘마틴 루터킹 데이’이므로 뉴욕증시가 하루 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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