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하림 기자] “깔끔하게 보이고 싶어서 화장을 시작했어요. 친구들에게 화장을 한다고 밝히면 ‘나도 해볼까’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죠.”

대학생 남성 김모씨(23)의 말이다. 화장한 남성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스킨케어는 물론 색조화장품을 쓰는 남성도 종종 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2년 한국 남성의 1인당 스킨케어 소비액은 9.6달러로 세계 1위였다. 2~3위인 영국(4.4달러), 덴마크(4.1달러)를 합친 것보다 많은 소비액이다. 스킨케어·향수·면도용품을 포괄한 국내 남성 미용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조1100억원이다.

화장품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은 올리브영 매출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CJ올리브영의 지난해 남성 미용 제품 매출은 전년보다 30% 증가했다. 올리브영 첫 구매 고객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2021년 20%에서 지난해 30%로 상승했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남성들의 주요 고민거리는 피부 미용이다. 2022년 오픈서베이가 전국 20~49세 남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평소 기초 화장품으로 피부를 관리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72.0%였다. 피부과 등 전문 시설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16.3%에 이른다.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피부에 바르는 색조화장품인 BB크림/CC크림을 써본 적 있는 응답자도 23.2%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한국 남성들이 화장품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트렌드에 빠르고 민감하다”며 “최근 ‘헬시플레저’가 유행하면서 화장을 포함해 신체를 가꾸는 것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미디어 파급력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SNS를 통해 과시하는 문화가 한국 사회에 자리잡고 있다”며 “‘연출된 자신’을 신경 쓰다 보면 외모로 관심이 옮겨가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움의 기준을 선도하는 것은 연예인이며, 사람들은 연예인의 화장을 따라하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이은희 교수는 남성들의 관심이 기초 화장품에서 점차 색조 화장품으로 넘어갈 것이며, 시장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에 최근 화장품업계는 남성 화장품 라인업을 강화하며 수요 잡기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의 남성 스타일링 브랜드 비레디는 지난해 7월 스킨로션, 선크림, BB크림을 하나로 담은 ‘트루 톤 로션’을 출시했다. 이달에는 아모레퍼시픽 프리메라가 남성 슬로에이징 관리를 위한 ‘에이지 리페어 올인원 에센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애경산업 스니키는 다이소에 입점하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스니키는 지난해 8월부터 다이소에서 남성용 파운데이션, 컨실러, 선크림, 립밤 등 9개 제품을 판매 중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말 남성 화장품 라인인 ‘포레스트 릴리프 포 맨’을 리뉴얼했다.

다만 화장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반드시 남성 화장품 구매로 가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남성들의 미용 관심이 오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성 화장품을 사용하는 남성도 많기 때문에, 남성 화장품 라인업 매출이 폭발적으로 느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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