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정유진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경쟁이 본선 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도전장을 내민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갤럭시 언팩 2024’(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회심작인 갤럭시 S24 울트라를 공개한 것이 출발점이다. 이 신제품은 인터넷 없이도 기기가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연산할 수 있는 비장의 기능을 장착했다. 사용 시 클라우드를 거칠 필요 없는 이른바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세운 혁신 제품을 공개한 것이다.

온디바이스 AI가 적용된 스마트폰·PC 등을 제조하는 과정에는 다량의 메모리 반도체, 정확히는 낸드플래시와 D램이 소요된다. 이는 최근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담당) 부문 임원들의 올해 연봉이 동결됐다는 소식과도 무관하지 않은 듯 보인다.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참가자들이 갤럭시 S24 울트라를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 = 정유진 기자]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참가자들이 갤럭시 S24 울트라를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 = 정유진 기자]

이번의 온디바이스 AI 제품 출시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쥠과 동시에 온디바이스에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라는 부가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게 됐다.

지난 18일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을 언론에 알리는 미디어 브리핑을 열었다. 관심도를 반영하듯 미디어 브리핑 장소였던 서울 중구 태평로의 삼성전자 기자실은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S24 울트라가 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받는 신제품임을 방증하는 일이었다. 제품 기획 담당이자 발표자였던 황정호 MX(모바일경험) 프로는 현장에서 차세대 스마트폰의 핵심 기술로 ‘AI’를 꼽았다.

황 프로는 갤럭시 S24 울트라의 핵심 기능으로 ▲'AI 실시간 통역' ▲'노트 어시스트'(Note Assist, 노트 내용 요약·분류·중요 표시 가능)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 이미지나 영상물을 보다가 손가락 터치로 검색 가능) ▲'나이토그래피'(Nightography, 어두운 밤에도 줌 기능 고화질로 제공) ▲'생성형 편집'(Generative Edit) 등을 제시했다.

그중 AI 실시간 통역은 전화 통화, 문자, 메신저를 이용해 양방향으로 이뤄져 언어장벽을 없앴다는 평을 들었다. SK텔레콤 또한 지난해 12월 '에이닷 통역콜' 서비스를 출시했다. SKT 에이닷 이용자는 통화 중 다이얼 하단의 통역콜 아이콘만 누르면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통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번 갤럭시 신제품의 AI 실시간 통역 또한 별도의 앱 없이도 기본 탑재된 전화 앱에서 이뤄진다. 지원 언어는 한국어, 중국어(간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힌디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폴란드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태국어, 베트남어로 총 13개 언어다.

황 프로는 생성형 편집의 경우 AI가 딥러닝을 통해 기존에 있는 이미지를 학습함으로써 사진의 빈 부분을 채워주는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에펠 타워를 사진 촬영했는데 실수로 에펠 타워 꼭대기 부분만 프레임 밖으로 나가버렸을 때, 해당 기능을 통해 온전한 에펠 타워 사진을 완성할 수 있다는 식이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AI 시대의 일면을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2022년 대비 11.1% 줄어든 5330억 달러(약 715조원)를 기록했다. 이중 메모리 매출은 37%나 감소하며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낸드플래시 매출은 37.5% 감소한 362억 달러, D램 매출은 38.5% 감소한 484억 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그 결과 인텔은 삼성전자를 제치고 2년 만에 1위를 차지했다. 두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삼성전자 399억 달러(전년 대비 37.5% 감소), 인텔 487억 달러(16.7% 감소)였다.

반도체 사업은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이지만, 올해에는 온디바이스 AI 출시에 힘입어 관련 업계 실적도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낸드 시장의 매출 규모(536억달러)가 지난해보다 30.7%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연간 14조원가량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되는 삼성전자 DS 부문은 역대 최저 수준(예상 지급률 0%)으로 줄어든 성과급으로 업계 이목을 끌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 목표를 달성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1회 지급하는 성과급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라이벌인 애플사(社)의 향후 행보도 관건이다. 애플은 지난 12일 종가 기준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에 세계 시가 총액 1위 자리를 내주었다. 게다가 ▲북미 다음으로 큰 시장인 중국 내 부진 ▲애플 앱스토어 관련 반독점법 위반 혐의 ▲애플워치 특허권 분쟁 등등의 악재까지 떠안게 됐다.

애플은 ‘혁신이 없다’는 지적이 신제품 출시 때마다 꾸준히 제기됐던 것에 더해 최근엔 AI 영역에서도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 AI 개인비서 '시리'를 내놓긴 했지만, 이후엔 사실상 공백기인 탓이다. 이에 애플이 올 하반기 AI가 장착된 아이폰16 시리즈를 출시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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