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하림 기자] 수입 멸균우유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 급격히 오른 우윳값 때문이다.

지난해 우유 물가 상승률은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3으로 전년 대비 9.9%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19.1%) 이래로 가장 높은 상승률이며,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6%)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 탓에 세간에선 ‘밀크플레이션’(milk+inflation)이라는 신조어도 빈번히 쓰였다.

우윳값 상승 주요 원인으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및 이상기후로 인한 곡물 가격 상승이 꼽힌다. 젖소 사료로 쓰이는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며 원유 가격이 상승했고, 그로 인해 흰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이 인상됐다. 실제로 2022년 원유 생산비는 ℓ당 958.71원으로 전년 대비 13.7% 올랐다.

[사진 = BGF리테일 제공]
[사진 = BGF리테일 제공]

우윳값이 치솟으니 수입 멸균우유가 대체재로 떠올랐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8년 4291t이던 우유 수입량은 지난해 3만7407t으로 9배가량 치솟았다. 2022년(3만1461t)과 비교해도 19% 상승한 양이다. 2022년 기준 국가별 수입량은 폴란드(75.1%), 독일(10.0%), 이탈리아(7.7%), 호주(5.3%) 순이다.

수입 멸균우유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해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수입 멸균우유 5종(믈레코비타, 갓밀크, 밀키스마, 올덴버거, 오스트렐리아스)의 네이버 쇼핑 리뷰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가 수입 멸균우유를 선택한 주요 이유는 맛(21.3%), 유통기한(19.1%), 가격(15.3%) 순이었다.

수입 멸균우유의 유통기한은 10~12개월로 국내 신선 우유 11~14일, 국내 멸균우유 12주보다 훨씬 넉넉하다. 가격 또한 국내 신선 우유에 비해 저렴하다.

예를 들어, 이달 CU는 폴란드 믈레코비타 사(社)에서 직수입한 일반 우유 및 저지방 우유(1ℓ) 2종을 각 21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서울우유 나100%우유(1ℓ), 매일유업 매일우유 오리지널(900㎖), 남양유업 맛있는우유GT(900㎖)가 CU 기준 각 3200원인 것을 고려하면 35%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CU 관계자는 “우유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합리적인 가격의 우유 상품 발굴 필요성이 커졌다”며 “소비자 입맛을 고려해 국내 선호도가 높은 폴란드 믈레코비타 사를 선정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2026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수입하는 우유의 관세가 철폐되면 멸균우유 가격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우유 관세율은 미국 7.2%, 유럽연합 6.8%이다.

수입 멸균우유 수요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산 신선 우유에 익숙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수입 멸균우유 맛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이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수입 멸균우유 선택 이유 1위도 맛(21.3%)이었지만, 불만족 이유 2위도 ‘불만족스러운 맛과 향(24.9%)’이었다. ‘수입 멸균유 관능 특성 비교’ 항목에서도 국내산 신선우유와 멸균우유에 비해 수입 멸균우유는 입안의 잔여물과 텁텁함이 심하다고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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