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하림 기자] 정부가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특히 그간 금지됐던 새벽 및 의무휴업일 배송을 허용키로 가닥을 잡으면서, 새로운 수요를 찾은 대형마트들이 화색을 띠고 있다.

◇정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및 새벽 배송 허용 추진

지난 22일 정부는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고 영업제한시간 내 배송 금지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유통시장 경쟁 구조가 변화하며 국민 불편만 가중됐다”며 정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없고, 월 2회 공휴일에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영업제한시간 동안에는 온라인 배송도 금지된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의 역사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회는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영업제한시간을 만들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월 2회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온라인 유통시장이 커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주요 유통업체 전체 매출(16.0조) 중 온라인이 53.7%를 차지한 것에 반해 대형마트는 11.4%에 그쳤다. 2015년에는 온라인 30.4%, 대형마트 26.3%였다. 대형마트가 이전처럼 ‘절대 강자’가 아니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도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현행 의무휴업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23.6%에 불과했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시간 내 온라인 거래 허용도 찬성 비율이 78.9%(적극 찬성 40.7%, 찬성 38.2%)에 달했다. 찬성 이유로는 소비자 편익 보호(69.9%), 온라인 거래 금지의 전통시장 보호 효과 미미(13.5%), 유통산업 선진화(12.2%) 등이 꼽혔다.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 기대 크지만 산 넘어 산

대형마트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모양새다. 특히 영업제한시간 내 배송은 그동안 온라인 쇼핑몰의 독무대였던 새벽 배송 시장이 개척되는 셈이라 업계 내에서도 기대감이 적지 않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에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 확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재도 대형마트는 온라인에서 무시 못 할 매출을 거두고 있다. 일례로, 홈플러스의 지난해 매출 6조6006억원 중 온라인 비중은 15%를 차지했다. 홈플러스 온라인 매출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0%씩 성장했고, 2021년부터는 온라인에서만 매년 1조원 이상을 벌었다. 새벽 배송까지 허용되면 더욱 성장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

지방 소도시 인프라를 보충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지방 소도시 중에선 새벽 배송 서비스가 시행되지 않는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물류망을 확보한 쿠팡조차 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은 전국 224개 시·군·구 중 182개에 그치며, 새벽 배송으로 한하면 더욱 줄어든다.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새벽 배송 미운영 지역 소비자를 조사한 결과 집 근처 대형마트가 새벽 배송을 시행할 경우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88.8%에 달했다.

그러나 경쟁자의 부상에도 온라인 유통업계는 의외로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온라인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다소 심해질 수는 있겠지만, 온라인 유통업계에 큰 타격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새벽 배송은 일반 배송보다 인건비가 1.5~2배 높을뿐더러, 물품을 포장해 일괄적으로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순 비교는 어려울 수 있으나 쿠팡은 배송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6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규제 완화가 실제로 시행될지도 알 수 없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시간을 바꾸려면 국회가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 반대도 심하다. 22일 마트산업노동조합은 논평을 통해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한 달에 딱 2번 주말에 쉰다. 노동자들이 주말에 일하지 않고 쉬는 것이 그렇게 배 아픈가”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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