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하림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 2년. 코로나19로 몰락했던 중저가 뷔페가 부활했다. 반면 코로나19 봉쇄 해제 직후 일어난 ‘보복소비’의 수혜 대상이었던 오마카세·파인다이닝의 유행은 사그라졌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뷔페 레스토랑들은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2020년 8월엔 뷔페 등 고위험시설에 집합금지명령이 떨어지며 57일간 영업이 중지되는 일도 있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뷔페 레스토랑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랜드이츠는 2019년 95개에 달했던 ‘애슐리’ 매장을 2022년 55개까지 줄였다. CJ푸드빌은 2019년 41개였던 ‘빕스’ 매장을 지난해 기준 28개로 축소했고, 한식 뷔페 ‘계절밥상’은 완전히 철수시켰다. 신세계푸드도 2021년 12월 한식 뷔페 ‘올반’ 사업을 접었다.

인천 연수구에 있는 애쉴리퀸즈 송도트리플스트리트점. [사진 = 김하림 기자]
인천 연수구에 있는 애쉴리퀸즈 송도트리플스트리트점. [사진 = 김하림 기자]

같은 기간 오마카세와 파인다이닝이 유행을 끌었다. 오마카세(お任せ)란 맡김 차림이라는 뜻의 일본어로, 음식 구성을 주방장에게 일임하는 것을 말한다. 파인다이닝(fine dining)은 고급 식당이라는 뜻이다.

오마카세와 파인다이닝은 저렴하면 5만원에서 비싸면 수십만원에 이를 정도로 높은 가격을 자랑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향으로 모방 소비가 활발해진 덕분에 고가의 외식이 유행을 탔다. 코로나19 엔데믹 직후엔 보복소비의 긍정적 영향도 누렸다.

인스타그램에 ‘오마카세’와 ‘파인다이닝’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글 수만 각각 71만개, 19만4000개에 이른다.

흐름이 바뀐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보복소비 열풍이 사그라들고 고물가가 이어지며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기 시작한 것이다. 해외여행 빗장이 활짝 열리며 오마카세를 굳이 한국에서 먹을 필요가 없어진 것도 한몫했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를 통해 2019년 2월~2024년 2월의 검색량 추이를 살펴봤다. 지난해 1월 최고점(100)을 찍은 ‘오마카세’ 검색량은 지난달 34로 떨어졌다. ‘파인다이닝’ 검색량은 2022년 7월 최고점(100)을 찍은 후 점점 떨어져 지난달에는 21까지 내려갔다.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는 지정 기간 중 가장 검색량이 많았던 시기를 100으로 설정하고 상대적 변화를 보여주는 통계다.

이에 여러 오마카세·파인다이닝 식당이 폐업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서울에서 577곳의 일식집이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 중식당은 407곳, 카페는 158곳 폐업했다. ‘도쿄등심’, ’일판’, ’애리아’ 등을 운영했던 국내 최대 파인다이닝 외식기업 오픈도 지난해 들어 자금난에 빠지면서 소속 식당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반면 침체됐던 뷔페 레스토랑들은 도약의 발판을 다졌다. 외식 가격이 오르며 평일 점심 기준 2만~3만원대에 식사와 후식까지 해결할 수 있는 중저가 뷔페가 재조명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외식물가는 전년 대비 4.3% 오르며 32개월 연속 평균치를 웃돌았다.

이랜드이츠 애슐리의 지난해 매출은 2360억원으로 전년(1570억원)보다 50.3% 증가했다. 50여개까지 떨어졌던 매장 수는 지난해 기준 77개까지 회복했다. 이번 달에도 3개 매장(시화성담점·퍼블릭가산점·대학로점)의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이랜드이츠는 올해 내에 애슐리 매장을 150개까지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클래식·더블유·퀸즈로 나뉘어 있던 애슐리 매장을 퀸즈로 통합하고, 음식 가짓수를 80개에서 200개로 늘리는 등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운 것이 주효했다”면서 “이랜드팜앤푸드를 통해 식재료를 공급하며 원가를 낮추고 있기 때문에, 고물가 시대 가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CJ푸드빌 빕스도 최근 매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상반기 CJ푸드빌 외식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1029억원을 기록했다. 매장 리뉴얼에 힘쓴 것도 효과를 봤다. 빕스 제주점·부산W스퀘어점·송도점의 리뉴얼 전후 1달간의 매출을 비교한 결과, 리뉴얼 후 하루 평균 매출이 각각 196%, 101%, 72% 늘어났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최근 빕스는 식사는 물론 차와 디저트, 맥주·와인 무한리필까지 즐길 수 있게 해 고객 호응이 높다”며 “매장 수 확대는 내실을 다진 후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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