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주 국내 증시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가라앉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 바람에 코스피 주간 상승폭은 전주보다 줄어든 1.09%(28.44포인트)를 기록했다.

기대감을 가라앉히는 데 앞장선 그룹은 개인들이었다. 반면 외국인들은 지난주에도 여전히 ‘바이 코리아’ 흐름을 바꾸지 않았다.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6240억원어치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개인이 1조7950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번 주엔 개인들도 조심성을 털어내고 다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를 키워갈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기대를 자극하는 요소는 오는 26일(이하 현지시간) 정부 당국이 제시할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하는 기업들에게 정부가 제시할 당근이 무엇이냐가 주요 관심사라 할 수 있다.

서울 중구의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중구의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 = 연합뉴스]

구미가 당기는 당근책 중 하나는 세제 지원 방안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그 내용이 얼마나 획기적인지에 관심을 집중한 채 지원책 발표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가 실제보다 저평가돼 있는 국내 상장사들의 주식 가치를 온전히 회복시키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여기엔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증시에 돈이 돌도록 해 기업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이 가져다 줄 긍정적 효과를 두고는 이론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신중론자들은 주가 상승의 기본적인 요인은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라는 원론적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정부의 발표 내용을 기다리며 당분간은 금융업·유통업 등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상대적으로 낮은 종목들에 관심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 코스피는 미국발 외부 요인들에 의해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되는 변수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와 엔비디아의 4분기 실적 발표 등이다. 두 개의 변수는 오는 21일 동시에 실체를 드러낸다.

1월 FOMC 의사록 내용 중 주목되는 것은 회의 당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위원들이 기준금리 동결(5.25~5.50%) 결정을 내리면서 심각하게 매파적 발언을 주고받았는지 여부다. 당시 연준은 회의를 마친 뒤 인플레이션이 2%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었다.

연준이 매파적 스탠스를 강화한 것으로 비쳐지자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기존의 5월에서 6월로 미뤄질 것이란 인식이 새롭게 자리잡았다. 올해 연말까지의 금리 인하 횟수 전망도 당초의 6회에서 3회 정도로 줄어들더니 지금은 연내 금리 인하가 없을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들이 비교적 양호하게 나오고 있는 현실과도 맞물려 있다.

투자자들은 엔비디아가 내놓을 분기 실적에도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전문업체인 엔비디아는 최근 뉴욕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기업이다. 엔비디아는 지난주 중 아마존과 알파벳을 모두 제치고 마이크로소프트·애플에 이어 시가총액 3위로 뛰어오르며 시장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최근 들어 매출과 순이익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낸 것이 원인이었다.

엔비디아는 지난 3분기 중에도 매출과 주당 순이익에서 전 분기 대비 34%와 5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시장은 이번에 발표될 4분기 실적이 그 절반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전년 대비 증가율은 각각 237%와 70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망이 적중할 경우엔 방점을 어디에 찍을지가 주요 과제로 남게 된다. 전기 대비 성장세가 둔화된 점에 주목할지, 전년 대비 세 자릿수 성장률에 주목할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 위원들의 공개발언도 이번 주 국내외 증시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이번 주 발언대에 오를 인사들은 미셸 보먼 연준 이사(21일)와 필립 제퍼슨, 리사 쿡,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그리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이상 22일) 등이다.

시장은 연준 내에서 매파에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는 카시카리 총재의 발언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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