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하림 기자] 갑진년에도 식음료업계에서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이 거세다.

헬시 플레저는 건강을 관리하며 기쁨을 느낀다는 뜻의 신조어다. 이 단어가 생겨난 때는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1년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진 젊은 층이 식단·운동 등으로 건강을 관리하기 시작하며 유행을 탔다.

하지만 건강 관리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무작정 끊는 시대는 이제 지난 것일까. 시장조사 전문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6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충분히 맛있게 먹으면서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는 시대’라고 응답한 비율은 75.1%에 달했다.

설탕 대신 합성감미료로 단맛을 낸 제로슈거·칼로리 음료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같은 맛이라면 제로슈거·칼로리를 선택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3.0%를 차지했다. 시장 규모로 봐도, 국내 제로 탄산음료 시장은 2020년 924억원에서 2022년 3683억원으로 2년만에 4배 정도로 성장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업체별로 보면,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 제로’, ‘펩시 제로슈거’, ‘탐스 제로’, ‘핫식스 제로’, ‘밀키스 제로’ 등 다양한 제로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제로 탄산음료 매출액은 2021년 890억원, 2022년 1885억원, 2023년 2730억원으로 증가했고 탄산음료 매출 내 비중도 2021년 12%에서 2023년 30%로 증가했다.

제로 슈거 소주도 선보였다. 2022년 출시한 제로 슈거 소주 ‘새로’는 출시 7개월 만에 1억병이 팔리며 인기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새로의 히트 덕에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2022년 16.6%에서 지난해 20.7%로 증가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국내 종합음료기업 최초로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하며 주요 원인으로 제로 음료 열풍을 꼽은 바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달 19일에도 ‘밀키스 제로 딸기&바나나’를 출시했다. 2023년 4분기 IR(Investor Relations: 기업홍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회사는 2월 ‘펩시제로 제로카페인’, 3월 ‘칠성사이다 제로 그린플럼’, 4월 ‘펩시제로 파인애플’, 2분기 내 ‘게토레이 제로슈거’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헬시 플레저 열풍은 물론, 깔끔한 뒷맛 덕에 제로음료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제로 음료에 대한 수요는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로 가고 있으며, 올해는 제로 음료 매출이 10%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카콜라도 제로 음료 상품군을 늘려가고 있다. ‘코카콜라 제로’, 설탕은 물론 카페인도 뺀 ‘코카콜라 제로제로’와 ‘코카콜라 제로 레몬’ 등 콜라는 물론 ‘환타 제로 포도향’, ‘환타 제로 파인애플향’, ‘환타 제로 오렌지향’ 등도 선보였다.

최근에는 ‘코카콜라 제로 한류(K-wave)’를 공개했다. 20일 코카콜라 크리에이션은 글로벌 간담회를 통해 한정판 실물과 함께 JYP엔터테인먼트와 컬래버레이션해 제작한 뮤직비디오 ‘Like Magic’을 공개했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이번 신제품은 케이팝에 빠져들었을 때의 짜릿한 느낌을 테마로 내세웠으며, 기존 코카콜라 제로보다 상큼한 맛이 난다”며 “국내 제로음료 수요가 높아 그에 맞춰 한정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해당 제품은 다음 달 중 출시된다.

웅진식품도 이달 자사 인기상품인 ‘초록매실’과 ‘자연은 알로에’의 제로 칼로리 상품을 출시했다. 동원F&B도 2021년 ‘보성홍차 아이스티 제로’ 2종을 선보였으며, 출시 1년 만에 1500만병 이상을 판매했다.

이렇듯 헬시 플레저 열풍의 중심에 선 제로 음료들이지만, 건강 유지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5월 비당류감미료를 체중 조절이나 만성질환 발생 위험을 줄이는 목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WHO 프란체스코 브란카 영양·식품 안전 국장은 비당류감미료 섭취가 장기적으로 체중조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과일과 같이 자연 발생 당분이 포함된 음식이나 무가당 식품 및 음료 등 다른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당류감미료와 질병 사이의 연관성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이번 권고는 “잠정적”이라고 밝혔다.

대한당뇨병학회는 2020년 “제로콜라와 당뇨는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가 2021년 “설탕 대신 열량이 없는 인공감미료를 사용했을 때 혈당개선이나 체중감량의 효과는 입증되어 있지 않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인공감미료를 이용한 음료 섭취와 당뇨병 발생과의 관련성을 보고하고 있다”고 정정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서 당뇨병 진료지침을 개정했고, 지침을 토대로 권고안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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