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잘 나가던 코스피가 주 첫날부터 상승 동력을 잃은 채 뒷걸음질을 쳤다. 지난주 금요일까지 5주째 상승 가도를 달려온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주초부터 지수 상승에 제동을 건 것은 정부가 기획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기업 밸류업은 정부가 국내 상장사들의 주식 가치를 제고할 목적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26일(이하 현지시간) 그 내용이 공개됐는데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투심이 급격히 위축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에서 프로그램 이행 방안을 공개했다. 골자는 오는 7월부터 기업들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을 공시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상장사들은 1년에 한 차례씩 자발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그 내용을 공시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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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그 같은 공시가 자발적으로 이뤄지도록 결정됐다는 사실이다.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공시를 하지 않더라도 부과되는 페널티는 없다. 이 점이 잔뜩 기대를 가졌던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당근책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실망감은 더욱 컸던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는 기업들의 공시를 독려하기 위해 세제 지원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어떻게’에 대해서는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세제 지원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 증대 등으로 주식 가치를 높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소각 비용의 손금 인정, 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을 준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와 맞물려 국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었다.

이번 주 증시에 영향을 미칠 요소 중 대표적인 것은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과 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 = 연합뉴스]

오는 28일 발표되는 미국의 4분기 GDP 수정치는 지난달 공개된 속보치 수준(3.3%, 전기 대비 연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경 써야 할 점은 시장의 전망보다 실체 수치가 낮거나 높게 나올 경우 전개될 주가 흐름의 변화다. 만약 시장 기대치보다 실제 발표 수치가 낮아진다면 시장은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투자 전략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발표되는 1월 PCE 가격지수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가장 선호하는 물가지표에 해당한다. 미국 내 물가가 끈끈한 흐름 속에 느리게 하락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1월 PCE 지수도 예상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집계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시점은 보다 늦춰질 수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차기 통화정책 회의가 멀찍이 잡혀 있는 만큼 이번 주에도 연준 관계자들의 공개발언이 다수 예정돼 있다. 발언대에 서기로 예약된 인물은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27일)과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28일),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29일),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이상 3월 1일) 등이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장 종가보다 10.35포인트 낮은 2657.35에 개장한 뒤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그 결과 종가는 전장 대비 20.62포인트(0.77%%) 하락한 2647.08포인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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