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고용시장에서는 기업과 구직자가 각자 원하는 바를 달리하기 마련이다. 서로가 상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조건과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해야만 고용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시대 흐름에 따라 구인하는 쪽과 구직하는 쪽의 요구도 각각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구직 희망자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구직자들의 변화하는 취향에 부응하려 노력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요즘 부상하고 있는 신개념이 ‘소프트 스킬’과 ‘하이브리드 근무’다.

‘소프트 스킬’은 조직 내에서 구성원 개인이 지닌 문제 해결 및 의사소통·공감 능력, 협동성, 창의성, 리더십 등등을 의미한다. 주로 정성적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는 항목들이다. 전통적 능력 가치인 ‘하드 스킬’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하드 스킬’은 이력서 상에 나타나는 학력이나 기술력 및 전문성 등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업무능력을 지칭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최근 들어 ‘소프트 스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강화되면서 기업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신입 선발 면접이 이뤄지고 있다. 합숙 면접이나 커피챗 면접(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방식의 면접), 심지어 술자리 면접을 실시하는 것 등등이 그에 해당한다.

이 같은 고용시장에서의 트렌드는 로버트월터스라는 글로벌 채용 컨설팅 업체가 27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실시한 ‘2024 디지털 연봉조사서’ 결과 발표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우선 로버트월터스는 요즘 다수 기업들이 불황의 여파로 인력을 새롭게 채용하기보다 기존 인원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원하는 직원 유형으로 ‘소프트 스킬을 지닌 A급 인재’를 거론했다. 단기간 내 퇴사할 가능성이 높은 ‘S급’ 인재보다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A급 인재가 기업들 사이에서 선호된다는 의미였다.

이와 관련, 정유경 컨설턴트는 “이력서에 보이는 S급‘보다는 기업과 오래 함께할 수 있는, 태도가 좋은 ’A급‘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스킬은 가르칠 수 있지만 태도는 바꾸기 힘들다는 의견들이 있다”고 전했다.

‘소프트 스킬’에 대한 요구는 직무 유형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테크 분야에서는 1인 개발팀 증가가 예상되는 것과 함께 주도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재무와 법무 분야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글로벌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원활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능력 또한 이 부문에서 중시되는 ‘소프트 스킬’ 중 하나다.

로버트웙터스 조사 결과는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연봉 패키지 외의 비급여성 복지에도 심혈을 기울일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직 계획이 있는 입사 지원자라면 이직시 성과급(84%)이나 스톡옵션(36%), 자율출근·원격근무(48%), 자녀 학자금(30%), 장기휴가 및 안식년(26%) 등을 중요하게 살펴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기업들도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도입(55%)하는 것을 필두로 복리후생 개선(50%), 직원들의 웰빙 증진(36%)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에서도 요즘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하이브리드 근무’ 제도 도입이다. 이는 주 5일 근무 증 절반가량은 집에서, 나머지 절반 정도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문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혼합형 근무’라 표현할 수 있다.

이런 근무형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재택 근무가 일상화됐다가 엔데믹이 찾아오면서 새롭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봉쇄 해제 이후 사무실 출근을 선호하는 회사와 재택 근무 유지를 원하는 직원들 간 갈등 사이에서 탄생한 중재안이 ‘하이브리드 근무’다.

기업들이 ‘하이브리드 근무’를 복지의 일환으로 제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 같은 근무형태가 우리사회에서 새롭게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좌라 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근무’를 두고는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주장들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기업은 사무실 유지비를 줄이면서 직원들의 퇴사를 저지할 수 있고, 직원들은 출퇴근에서 발생하는 교통비를 절감하고 일과 육아 등을 동시에 할 여지를 키울 수 있다는 점 등이 흔히 거론되는 장점들이다.

출퇴근 인구 수 감소로 도심 교통혼잡이 줄어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도 ‘하이브리드 근무’가 지니는 장점 중 하나로 거론된다.

반면, 도심 오피스텔 공실률 증가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은 이 근무제가 지닌 단점으로 거론된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