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유정환 기자]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카카오게임즈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카카오게임즈 ‘롬: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이하 롬)가 ‘리니지W’를 표절했단 이유에서다.

엔씨-카카오게임즈의 이번 소송 건에 관한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게임사 입장에선 당연히 자사 효자 IP를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번 소송도 그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 IP 위협은 엔씨의 매출 저하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엔씨는 리니지 외 IP를 흥행시키지 못하고 있다. IP 다변화를 지속해서 시도했음에도 지난해 신작 ‘TL’까지 부진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엔씨 매출의 압도적인 부분을 리니지 시리즈가 차지한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시장에 리니지라이크 게임이 많아 리니지 IP 모바일 게임 매출에 영향이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당시 엔씨의 상반기 전체 게임 매출은 8072억원을 기록했다. 그중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 매출만 6184억원이었다.

판교 R&D 센터 사옥 전경. [사진 = 엔씨소프트 제공]
판교 R&D 센터 사옥 전경. [사진 = 엔씨소프트 제공]

2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한 공동 서비스작 크로스플랫폼 MMORPG ‘롬’을 27일 오전 10시 글로벌 정식 출시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글로벌 10개 지역에서 동시 서비스를 전개했고 곧바로 한국·대만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인기게임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행보는 겉으로 보기엔 성공적인 출발로 보인다. 문제는 분쟁의 여지가 존재하는 데 있다. 엔씨의 ‘소송 저격’이 그렇다.

롬 출시 전부터 엔씨는 해당 작품이 당사 대표작 리니지W 시스템(게임 구성 요소의 선택, 배열, 조합 등)을 다수 모방했다고 주장해왔다. 급기야 엔씨는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카카오게임즈와 레드랩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을 접수했다. 또한 대만 지혜재산및상업법원에도 저작권법 및 공평교역법 위반에 대한 소장을 접수했다.

엔씨소프트가 주장한 저작권 침해 사례 이미지 (좌)리니지W, (우)롬. [이미지 =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가 주장한 저작권 침해 사례 이미지 (좌)리니지W, (우)롬. [이미지 =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는 롬의 ▲게임 콘셉트 ▲주요 콘텐츠 ▲아트 ▲UI(사용자 인터페이스) ▲연출 등에서 리니지W 종합적인 시스템 무단 도용을 확인했고 이는 MMORPG 장르의 공통적, 일반적 특성을 벗어나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지식재산권(IP)을 무단 도용해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엔씨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노력과 대응을 지속하겠단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엔씨는 현재 서비스 금지 가처분 신청 또한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롬의 개발사 레드랩게임즈는 엔씨의 저작권 침해 주장에 대한 공식 입장을 지난 23일 공개했다. 레드랩게임즈는 자사 공식 카페를 통해 “엔씨가 롬의 부분적 이미지들을 짜깁기하여 전체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엄중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저작권 관련 이슈가 많아 이미 개발단계에서 게임의 법무 검토를 진행했고 일반적인 게임 UI의 범주 내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엔씨소프트가 주장하는 저작권 침해 부분은 오랫동안 전 세계 게임에서 사용해온 ‘통상적 게임의 디자인’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지난 27일 본지와 통화에서 “아직 소장이 오지 않았다”며 “개발사 입장을 존중하고 소장이 오게 되면 개발사와 같이 신중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와 엔씨의 법정 분쟁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해 카카오게임즈가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를 두고서도 엔씨가 ‘리니지2M’ 콘텐츠와 시스템을 모방했다고 주장하면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엔씨는 카카오게임즈의 반복되는 콘텐츠 무단 도용과 표절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해당 소송 역시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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