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에서 대만을 다시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소득 순위를 두고 벌어지는 두 나라 간 경마식 레이스에서 1년 만에 다시 앞뒤가 바뀐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두 나라의 국민총소득(GNI) 집계 당국이 차례로 자국의 2023년 실적을 발표함으로써 확인됐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1인당 GNI는 전년 대비 3.7% 증가한 4405만1000원이었다. 미 달러화로 환산하면 전년 대비 2.6% 증가한 3만3745달러가 된다. 한국의 2022년 1인당 GNI는 3만2886달러였다.

이 수치는 지난달 말 대만 통계 당국이 발표한 자국의 작년 1인당 GNI 3만3299달러를 조금 앞서는 수준이다. 이로써 한국은 1인당 GNI 순위에서 다시 대만을 앞지르게 됐다. 한국은 2022년 1인당 국민소득 3만2780달러를 기록하며, 대만(3만3624달러)에 추월을 허용했었다. 한국이 1인당 GNI에서 대만에 뒤진 것은 20년 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아직 2023년 1인당 GNI의 세계순위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한국은 지난해와 비슷한 구간에 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은행(WB) 집계 결과 2022년 한국의 1인당 GNI(3만2886달러) 순위는 9만 달러대의 노르웨이(1위), 룩셈부르크(2위) 등에 이어 25위에 배치됐었다.

1인당 GNI는 국민총소득(GNI)을 인구 수로 나눈 값이다. 이는 국민 각자의 구매력을 말해주는 지표로서 의미를 지닌다. GNI는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의미한다. 그 중에서도 명목GNI를 그해 7월 1일 현재 추계인구 수로 나누는 방식으로 1인당 GNI를 산출해낸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명목GNI는 전년보다 3.9% 증가한 2278조원이었다. 작년 명목GNI 증가율은 명목GDP(국내총생산) 증가율(3.4%)보다도 0.5%포인트 높았었다.

근년 들어 우리나라와 대만은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이 비슷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라 앞 순위를 주고받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인구 수 변화도 1인당 GNI에 영향을 미치지만 변동성이 보다 큰 환율이 사실상 앞뒤 순위를 결정짓는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지난해 두 나라의 1인당 소득 순위를 다시 바꾼 결정적 원인도 환율이었다. 대만은 GNI 명목 성장률에서 한국과 동일한 3.9%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다시 추월을 허용한 것은 전적으로 달러 대비 대만 달러(TWD)의 환율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상승한데 따른 결과였다.

지난해 원화와 대만 달러화의 미 달러 대비 환율 상승률(연간)은 각각 1.1%와 4.5%였다. 즉, 대만 통화의 가치가 원화보다 더 크게 절하된 탓에 대만의 달러 기준 1인당 GNI 증가율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두 나라의 1인당 GNI는 최종 확정치가 아닌데다 각각의 산정 방식에 의해 추출된 결과물들이기 때문에 앞뒤 순위가 다시 바뀔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인당 GNI의 국제비교는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된 환율과 인구수 등을 반영해야 하므로 올해 7월쯤에나 분명히 확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대만이 1인당 국민소득에서 우리를 앞섰던 배경에도 환율 차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해에는 원화 가치가 전년보다 12.9%나 하락하는 바람에 우리나라의 달러 베이스 GNI도 1년 전보다 7,4%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의 달러 기준 1인당 GNI는 2017년(3만1734달러)에 처음 3만달러대에 진입했고 이후 차례로 3만3564달러, 3만2204달러, 3만2004달러 등을 기록했다. 2019년과 2020년 연거푸 후퇴했던 1인당 국민소득은 2021년 3만5523달러로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가 이듬해인 2022년 다시 축소되는 흐름을 나타냈었다.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의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은 각각 0.6%(전기 대비), 1.4%(전년 대비)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모두 앞서 발표된 속보치와 일치했다. 작년의 연간 GDP 성장률은 코로나19 극성기 첫해였던 2020년의 -0.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해당한다.

작년의 GDP디플레이터는 전년 대비 2.1% 상승률을 나타냈다. GDP디플레이터는 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값으로 수출입 물가까지를 포괄해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은행 측은 향후 경기 전망과 관련, 수출이 1분기에도 호조를 보이겠지만 민간 소비는 더딘 증가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