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하림 기자] 신세계그룹 정용진 총괄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전통적인 유통 강자 이마트가 흔들리는 와중에 진행된 인사라 이목이 모인다.

정용진 회장이 승진하는 것은 부회장에 오르고 18년 만이다. 이명희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으로서 신세계그룹 총수 역할을 계속한다. 신세계그룹은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시장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정면 돌파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 신세계그룹 제공]
[사진 = 신세계그룹 제공]

◇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정용진 회장은 이명희 회장 장남으로,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다. 1968년생이며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는 동갑내기 사촌지간이다.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한 뒤 1997년 기획조정실 상무,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 2006년 부회장이 됐다.

정용진 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이명희 회장이나 여동생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과 달리 빈번히 미디어에 노출돼 왔다. 대기업 경영자 중에서는 드물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경영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상 사진을 공개하고 있으며, 때로는 누리꾼들과 직접 소통하기도 한다. 정용진 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8일 기준 84.3만명에 이른다.

그가 전면에 나서는 모습은 경영에서도 볼 수 있다. 일례로, 현재 국내 1900개 매장을 보유한 스타벅스는 미국 유학 시절 스타벅스를 접한 정용진 회장이 1997년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도 프로야구팀 SSG랜더스, G마켓 운영사 이베이코리아, 패션 플랫폼 W컨셉, 와이너리 쉐이프 빈야드 등을 인수하며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아쉬운 투자도 여럿 있었다. 그가 진두지휘한 소주 브랜드 푸른밤소주,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부츠, 잡화점 삐에로쑈핑 등은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고 사업을 철수했다. 2018년 설립한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 영업손실도 2020년 469억원에서 지난해 1030억원으로 확대됐다. 2021년 3조4404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인수한 G마켓 또한 적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 신세계그룹, 유통시장 변화에 위기 느꼈나...강력한 리더십 요구

신세계그룹은 본래 모친 이명희 회장 아래 남매인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사장이 함께 운영해 왔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식품·호텔 부문을, 정유경 사장은 백화점·면세점·패션 부문을 맡아 경영해왔다.

정용진 회장이 승진한 지금도 이는 마찬가지다. 지분을 살펴봐도,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8.56%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이명희 총괄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00%씩 갖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나이스경제 취재진에게 “세 명의 경영자가 함께 꾸려나가는 구조에 변화는 없다”면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을 정용진 회장 중심으로 정면 돌파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영 체제를 유지하되, 정용진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은 지금 이 시점이 유통시장에 있어 다른 차원의 혁신이 필요한 때이며, ‘과거 1등 유통 기업’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기로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는 전체 매출(29조4000억원)에서 쿠팡(31조8000억원)에 추월당하며 유통 기업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의 부진, 할인점 경쟁력 약화 등으로 사상 첫 적자(469억원)를 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알리익스프레스로 대표되는 중국발 온라인 쇼핑몰의 공세도 막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용진 회장은 지난해 9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대표이사(CEO)의 40%를 물갈이했다. 11월에는 신세계프라퍼티 임영록 대표를 그룹 경영전략실장으로 앉히고 경영전략실을 기능 중심의 컨트롤타워로 개편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한 선택이었다.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는 “현재 신세계그룹이 맞닥뜨린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정용진 회장은 실적 개선으로 경영 능력을 평가받을 것”이라며 “스타벅스 성공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적극적으로 유통시장을 공략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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