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미국 대선전에서 가상화폐가 주요 후보 각자의 정책 차별화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이슈로 부상했다. 정책 차별화는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후보들의 기본적인 시각 차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가상화폐 이슈가 부각되는 계기를 새롭게 제공한 쪽은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진영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가 마련한 2025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에는 가상화폐 규제와 관련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세부 내용은 가상화폐 채굴에 조세를 부과하고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계좌에 대한 보고의무를 강화하는 것 등이다.

가상화폐에 대해 전반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이 예산안이 그대로 의회를 통과할 경우 2025회계연도 중에만 100억 달러(약 13조1300억원)의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현재 가상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1억원 정도로 올라가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규제 관련 내용 중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워시 트레이드’ 관행에 대해서도 제약을 가한다는 것이었다. 이 일로 가상화폐 ‘워시 트레이드’에 대한 일반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게 됐다.

‘워시 트레이드’(Wash trade)는 가상화폐 거래를 포함해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특정한 거래 행위를 지칭한다. 요약하자면, 동일한 투자자가 동일한 가격으로 금융자산을 사고파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때 복수의 중개기관이 거래 과정에 개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쪽은 매도 주문을, 다른 한쪽은 매수 주문을 내게 하기 위함이다.

심지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손실을 보면서 자산을 매각해 세금 공제를 받은 뒤 곧바로 자산을 되사들이는 일까지 벌어지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핏 보기엔 모두 무익하고 무의미해 보일 수 있는 행위들이다. 하지만 특정 세력이 이런 일을 벌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실질적으로 가상자산 거래가 이뤄지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른 투자자들에게 마치 가상자산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이다. 이는 ‘워시 트레이드’를 시도하는 이들의 궁극적 노림수이기도 하다.

[사진 = AFP/연합뉴스자료]
[사진 = AFP/연합뉴스자료]

이런 이유로 위키피디아에서는 ‘워시 트레이드’를 ‘시장 조작’(Market Manipulation) 행위로서 시장의 활동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false impression)을 심어주는 행위라 정의하고 있다.

성격의 유사성으로 인해 ‘워시 트레이드’는 미디어 용어로 정착된 ‘어뷰징’(Abusing)이란 말로 설명되기도 한다. ‘어뷰징’은 온라인상에서 매체들이 동일한 기사를 제목 또는 리드 부분만 살짝 수정한 뒤 연이어 전송해 올리는 행위를 가리킨다. 어뷰징은 포털 사이트들의 기사 배치 알고리즘을 악용해 묵은 기사를 마치 최신기사인양 위장해 전송함으로써 뉴스 카테고리 최상단에 올리기 위해 행해지는 반칙 행위이다.

기사 어뷰징이 뉴스 소비자들을 속이는 것처럼 ‘워시 트레이드’ 또한 금융자산 투자자들을 속여 행위 당사자만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결과적으로는 시장 전반에 혼란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따라서 각 국가들은 저마다 자본시장 관련법을 손질에 이런 행위를 억제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 전미경제조사국(NBER)이 분석한 결과, 규제되지 않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많을 경우 70% 정도의 ‘워시 트레이드’가 행해지기도 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의 차기 대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로 다른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새 회계연도 예산안을 통해 확인했듯이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 행정부는 규제 강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1년 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예산안을 제시했으나 의회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

반면 공화당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상화폐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거래를 활성화하는 쪽에 무게를 두려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을 “화폐의 추가적인 형태”라고 부르며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도 “나는 가끔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 달러화의 권위를 해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나는 하나의 통화(달러화)를 원한다”며 많은 나라들이 달러와 결별하는 것을 허용치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같은 일을 ‘미국이 지위를 잃는 것’에 비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것은 독립전쟁에서 패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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