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하나. ‘여자들은 남자에 비해 길눈이 어둡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사실 많은 남성들이 여자는 ‘길치’라고 여기기 십상이다. 대부분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간 지각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기본 상식에 속한다.
한데 주변을 살펴보면 남성 대신 운전하는 여성들이 의외로 많다. 부인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남성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아내가 길도 잘 찾고 침착하게 운전을 더 잘한다.”고 답하기도 한다. 물론 이것도 지극히 개인의 차이일 수도 있다.
여자가 길눈이 어둡다는 속설은 정말 근거가 있는 것일까. 몇 가지 연구결과를 살펴보자.
먼저 멕시코의 한 연구팀이다. 이들은 남녀 그룹에게 야외에서 버섯을 따오도록 한 뒤 과학적 장치로 이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남녀 모두 비슷한 양의 버섯을 따왔지만 남자가 여자보다 에너지를 70% 더 많이 소모했다. 남자는 버섯을 찾으려고 더 많이 움직인 데 비해 여자는 한 번 간 길은 반복하지 않은 까닭이다. 연구팀은 남성이 지도를 읽는 능력은 여자보다 뛰어나지만, 여자는 한 번 간 길을 잘 기억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길눈에는 여성이 훨씬 밝다고 주장한다. 이 차이는 선사시대부터 남자는 먼 들판에서 사냥꾼의 역할을, 여자는 일정한 구역 내에서 채취 꾼의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연구도 있다. 미국의 한 연구팀은 남녀 각 10명에게 아름다운 그림이나 사진을 보여주면서 MRI(자기공명 영상장치)보다 더 미세하게 뇌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장비인 MEG(뇌 자동 영상장치)로 뇌의 미세한 신호를 조사했다. 그 결과 그림을 볼 때 남녀 모두 공간 인지와 관련이 있는 뇌의 두정엽이 활성화됐다. 한데 남녀 간의 차이는 있었다. 남자는 오른쪽 두정엽만, 여자는 좌우 두정엽이 모두 활성화됐다.
남자의 경우 주로 오른쪽 뇌를 이용해 ‘좌표’로 대상을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령 목적지를 찾아갈 때 남자의 뇌는 전체 지도에서 목적지를 한 점으로 인식한다. 이 때문에 약간 길이 빗나가도 그 목표 지점을 찾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이에 비해 여자의 경우 좌우 두정엽을 모두 이용해 ‘무엇의 상하좌우에 무엇이 있다’는 식으로 인식한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기준 점으로 삼았던 것을 잃게 되면 잠시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의 이런 차이는 집안에서 물건을 찾는데는 빼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하나의 물건을 어느 물건 옆에 두었다는 상관성으로 으로 인식하므로 쉽게 찾아낸다. 이에 비해 남성은 공간 속에 위치한 한 점의 좌표로 인지하므로 물건을 잃어버리면 전혀 찾아낼 수 없는 것이다.
과거 주목할만한 또 다른 연구도 있다. 미국 ‘사스카추언대학’의 연구팀은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된 두 그룹을 상대로 두 종류의 방향제시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남성들은 방향을 중심으로 길을 안내했을 때 여성보다 우수했으나, 중요 지형지물을 중심으로 했을 경우에는 여성보다 열등함을 보였다. 테스트는 네 개의 생소한 목적지를 찾는 것으로 실험자 50%에게는 북쪽으로 200미터 지점 등 공간의 방향을 제시하고 나머지 50%에게는 가령 주유소 앞의 왼쪽 등 건물을 중심으로 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 결과 여성은 전자보다 후자의 경우 훨씬 실수를 많이 했다. 남녀를 비교했을 경우, 여성은 추상적인 방향 제시로 길을 찾는 경우 남성에 뒤졌으나 건물 중심으로 길을 찾게 되면 남성을 앞질렀다. 그리고 남녀 모두에게 본인이 원하는 방법으로 길을 찾으라고 할 경우 그 실수의 횟수나 소요시간이 남녀 사이에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성과 여성의 길을 찾는 차이는 위치를 인지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 능력의 차이는 아니라는 말씀! 남성들이여 이제 더 이상 여성이 길눈이 어둡다고 말하지 말지어다. 박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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