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밝힌 고교 무상교육에 대해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재원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제동을 걸었다기보다 재원 마련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정부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유 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고교 무상교육을 예정보다 앞당겨 내년부터 곧바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완성도를 높여나가다 2022년에 마무리하겠다던 정부의 당초 계획을 1년 앞당겨 시행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유은혜 교육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고교 무상교육은 각종 비리 의혹 속에 야당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취임한 유 장관이 내민 획기적 카드라 할 수 있다. 다수 중학생 학부모 및 고교 저학년생 학부모들의 지지가 확실한데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아니어서 야당도 강하게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다. 4일 김동연 부총리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원을 거론한 것도 그같은 상황 인식과 무관치 않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고교 무상교육을 추진했으나 재원 마련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뜻을 접었다. 증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전 정부로서는 매년 조 단위로 들어갈 재원을 추가로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였다.

재원과 관련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는데 5년간 7조8411억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교육부는 일단 정부가 각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내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지방교육세 교부율을 내국세의 20.7%에서 21.14%로 올리는 내용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따라서 유 장관이 밝힌 대로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이 시작되려면 당장 국회에서 법안 처리부터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국회 처리는 고사하고 아직 정부 내에서조차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게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설사 내년부터 부분 시행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 일이 과연 시간을 다투듯 성급히 해야 할 일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제도를 시행할 경우 어느 단계부터 시작할지 등에 대한 세부 방안을 밝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1학년부터 학년별로 실시할지 전 학년을 상대로 등록금 등 일부 항목에 대해 우선 실시할지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태다.

김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일단 신중 모드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기자들에게 “필요성은 충분이 인지하고 있지만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할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국회의 관련 법안 처리 과정을 보아가며 재원 문제 등을 논의해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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