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지만 국민의 삶으로 체감되지 않고 있다”(지난해 12월 27일, 청와대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올해 5월 31일, 청와대 2018국가재정전략회의).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올해 11월 20일, 청와대 국무회의).

“성과 내기까지 기다릴 여유 없다”(올해 12월 11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

“현 경제 상황이 엄중한 만큼 경제팀은…”(올해 12월 1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현안보고).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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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1년여에 걸쳐 경제 문제와 관련해 발언한 내용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발언에 긴박감이 묻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또 문 대통령의 경제 현황에 대한 인식이 근래 들어 급속히 부정적으로 변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기로 한 것이다. 이 회의는 오는 17일 열린다. 논의 안건은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 전반이다.

이 회의에는 국방부와 법무부 등 경제와 무관한 소수의 부처를 제외한 14개 부처 수장이 참석한다. 경제와 조금이라도 연관성이 있는 전 부처 수장들을 불러모아 비상한 각오와 결의를 다지는 계기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초 기대보다 경제적 성과가 나오지 않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책 추진에 따른 과실이 나타나도록 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내년은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차로 사실상 성과를 내야 할 마지막 시점이다. 이 때까지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민심이 돌아서고, 그로써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조기 레임덕 현상이 찾아오면서 대통령의 영이 서지 않는 혼란상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런 상황이 나타난다면 내후년 봄의 총선 승리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정권 차원의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제 문제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달라진 인식은 지난 11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 때의 발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일자리를 유독 강조하며 관계자들을 다그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작년보다 올해 늘어난 일자리 숫자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정책이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리나 국민은 사는 게 힘들어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이제 성과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정도면 고용부로서도 ‘노동만 있고 고용은 없다’는 비아냥을 듣던 이전의 모습에서 탈피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을 것으로 짐작된다.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의 발언 내용들도 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최근 발언은 야당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의례적으로 하는 립서비스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및 주52시간근무제 등의 속도조절 필요성을 적극 거론한 것 등이 대표적 예다.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도 이전과 달라진 인식을 나타냈다. 최근 고용부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압박으로 실직한 일용직 근로자들을 면접 조사해 그 원인을 파악해보라고 지시하면서 “그래야 지금 같은 속도로 최저임금을 올릴지, 조정할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효과를 보아가며 속도를 조절할 의지가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12일 홍 부총리의 첫 번째 현안 보고에서도 최저임금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부총리는 보고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에 대해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경제 정책 추진과 관련해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고무적이다.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대국민 소통 강화를 강조했다. 홍 부총리가 격주로 정례 보고를 하겠다고 밝히자, 이를 허락하면서 “필요하다면 보고 내용을 국민에게도 알리자”라고 제안한 것이다.

청와대 수석과 경제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비공식 회의를 하겠다는 보고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투명성을 강조했다. 국민과의 소통을 유지함으로써 과거 ‘서별관 회의’와 차별화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이해되는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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