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카풀’로 세상이 시끄럽다. 지난 10일 오후 2시, 서비스 시행을 반대하는 50대 택시기사가 분신하고 사망하면서 택시업계의 반발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적지 않은 경제 전문가들은 규제 때문에 국내 공유경제 서비스의 성장판이 막힌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 8월 미래에셋과 함께 싱가포르의 승차 공유 서비스 그랩(Grab)에 1700억원을 투자했다는 사실은 이를 방증하는 좋은 예다.

택시 업계에선 생존권을 주장하며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 모양새지만, ‘승차 공유’로 대표되는 공유경제는 이미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방탄소년단. [사진 = CJ ENM 제공/연합뉴스]
요즘 대중문화계에서도 공유가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은 무대에 선 방탄소년단 모습. [사진 = CJ ENM 제공/연합뉴스]

세계 1·2위 유니콘 기업은 승차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Uber)와 디디추싱(滴滴出行)의 차지다. 각각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두 유니콘 기업의 가치는 100조원을 넘어서거나 이에 근접했다. 유니콘 기업의 기준선을 가볍게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100배에 달하는 몸값을 자랑한다.

공유경제는 이제 일상 속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필자는 절친(切親)이 새로 마련한 사무실을 방문했다. 자산운용사에서 최고운용책임자(Chief Investment Officer)를 지냈던 친구가 은퇴 후 처음으로 컴퓨터를 들여놓는 날이었다.

카페테리아를 연상시키는 널찍한 로비와 유리문 안쪽으로 왼쪽에 자리한 대형 회의실은 기대했던 사무실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친구의 오피스가 듀얼 모니터를 겨우 놓을 수 있는 책상 하나만 자리한 작은 방이란 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기대했던 것과 사뭇 다른 이 사무실의 정체는 국내 대기업 L사가 운영 중인 공유오피스(share office)다. 당시 필자는 공유경제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가 스타트업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공유문화는 대중문화 아티스트와 팬들 사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추위가 매섭게 몰아쳤던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에디킴의 콘서트에선 특별한 공지 사항이 들려왔다.

무대에 오르기 전 목소리를 통해 인사를 건넨 에디킴은 “오늘 콘셉트가 스튜디오니까 사진도 맘대로 찍고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하셔도 된다”면서 “대신 해시태그는 ‘존잘’(‘정말 잘한다, 정말 잘생겼다’란 뜻의 신조어) 정도로 해달라”는 우스갯소리를 덧붙였다.

1회에 그친 연말 콘서트였기에 가수 본인이 마음껏 공유를 부탁했지만, 이는 평소 공연장의 모습과 크게 다르다. 수 회에 걸쳐 공연을 펼치는 아티스트들은 사진 촬영이나 동영상 촬영을 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중문화 생산자들 사이에서도 공유는 중요한 키워드다. 지난 1일 방송된 SBS ‘더 팬’에서는 래퍼 슈퍼비와 도끼가 출연해 알앤비(R&B) 가수 트웰브를 소개했다.

당시 트웰브는“"평소 사운드 클라우드(Sound Cloud)에 자작곡을 정말 많이 올렸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 화가 났다”며 “나이가 비슷하면서도 실력이 좋고 유명한 슈퍼비에게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 DM)를 보내 음악을 꼭 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털어놨다.

사운드 클라우드는 지난 8일 방송에서도 언급됐다. 당시 출연한 가수 박정현은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그를 알게 됐다”며 무명의 여가수 유라를 강력히 추천했다. 박정현은 온라인을 통해 유라에게 직접 연락했고, 최근 자신의 콘서트 무대에 세웠다는 사실도 알렸다.

박정현의 언급으로 당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던 사운드 클라우드는 음악인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음악 공유 사이트 중 하나다. 사운드 클라우드는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구상되고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글로벌 온라인 음악 유통 플랫폼으로 블록체인 형태를 띠고 있다.

10년 전인 2008년 10월 21일 시작된 이 플랫폼은 국내에선 힙합 뮤지션들의 등용문으로, 국외에선 전자음악 뮤지션들의 게이트웨이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9월 만난 래퍼 에이솔과 소속사 엠엔씨레코즈 관계자도 회사와 아티스트의 인연이 사운드 클라우드로 인해 시작됐다고 털어놨다.

당시 두 사람은 “대표님이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라온 에이솔의 음악을 듣고 큰 관심을 보였고, 수소문 끝에 에이솔과 직접 만나 회사를 차리게 됐다”는 이야기로 필자를 놀라게 했다.

사운드 클라우드에서는 아마추어 음악인들의 작업물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유명 뮤지션들도 이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프리미어 서비스를 론칭하며 음악을 업로드한 뮤지션들에게도 혜택이 가도록 재(再)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드레이크(Drake)나 찬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같은 세계적인 래퍼들이나 국내 최고의 래퍼 중 하나로 꼽히는 이센스도 다수의 싱글 음원을 이곳에 업로드하며 팬들의 반응을 살핀다.

블록 체인(Block Chain)으로 진화한 공유 서비스 형태는 영상 콘텐츠 생산자들에게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영화배우이자 영화 제작자인 조니 뎁은 지난 10월 24일(현지 시각) 블록 체인 기반 소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타타투(TaTaTu)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당시 뎁은 영화 등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이들을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출시, 불법 복제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블록 체인으로 대표되는 공유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거래 투명성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선 플랫폼의 정확한 결제 횟수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블록 체인일 경우 망사업자가 이를 속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설사 블록 체인 플랫폼 사업자가 횟수를 거짓으로 알려준다고 하더라도 이를 판단하는 건 무척 단순한 일”이라면서 “기존의 망 사업자들이 주도권을 쥐고 이들이 주장하는 만큼 콘텐츠 생산자들이 수동적으로 수익을 가져갔다면, 이제는 완벽한 투명성이 확보된 가운데 정확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라고 전했다.

2000년대 중반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촉발된 신(新) 공유 문화는 이제 대중문화 전반에도 깊게 자리하고 있다. TGIF를 패밀리 레스토랑쯤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아이폰(I Phone)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구글(Google)에서 찾은 정보를 트위터(Twitter)와 페이스북(Facebook)으로 공유하는 게 일상이 됐다.

온라인을 통해 10년이 넘도록 진화한 공유 문화다. 디디추싱의 카풀 서비스로 중국에서는 여성 승객이 성폭행 당한 후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미국 뉴욕에서도 우버의 일상화로 수입이 줄어든 택시기사들이 자살했지만 완전한 서비스 중단은 없었다.

점점 커지고 있는 공유 문화의 영향력이 대중문화 지형도에 또 어떤 큰 변화를 불러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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