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장기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초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보던 국제유가는 이제 40달러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적어도 수 주 동안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유가가 떨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 덕분에 국제유가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며 트위터를 통해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자신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에 압력을 넣어 국제유가 상승을 억제한 일 등을 상기시키며 한 공치사였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국제유가 하락세 지속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당장 자동차 연료값이 그만큼 절약돼 가계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까지 나서서 휘발유 등에 붙는 유류세를 인하해 가계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 것을 보면 국제유가 하락은 일단 서민들에게는 희소식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은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일반적 인식이다. 지금 같은 개방경제 시대에는, 특히 한국처럼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에는 국제유가의 하락이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다.

이유는 비교적 단순하다. 국제유가 하락은 필시 세계경기의 둔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정치 논리가 개입된다지만 기본적으로 수요 공급의 법칙에 의해 좌우되는 게 국제유가다. 요즘처럼 공급은 그대로이거나 많은데 수요가 줄어들면 유가는 떨어지게 돼 있다.

당장 주식시장부터 유가의 영향을 받는다. 미국도 비슷하지만 우리 주식시장은 국제유가와 긴밀히 연계된 모습을 보여왔다. 방향은 대체로 같은 흐름을 보이는 쪽이었다. 요즘 국내 증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이를 통해 설명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이 완전히 공식화돼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국제유가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오히려 주식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국제유가가 완만히 움직이는 가운데 배럴당 50~60달러대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견해를 내놓는 이도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국제유가 하락의 근본원인은 글로벌 경기 둔화 전망이다, 그로 인해 수요가 꺾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급은 미국의 원유 생산 증가로 인해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산유국들이 감산 결정을 내리고 내년부터 하루 120만 배럴씩 생산을 줄인다지만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 대한 불투명성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요즘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1200만 배럴까지 늘어났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나 러시아 등의 감산 결정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를 초래하고 있는 주요 원인은 미·중 무역전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좌충우돌식으로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은 중국 경제에 이어 유럽경제, 그리고 미국 경제에까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원유의 수요에 대한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면서 국제유가를 연일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급마저 증가하고 있으니 유가가 내려가는 속도까지 빨라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의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배럴당 가격은 하루만에 7.3% 떨어져 종가 기준 46.2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3일 76.10달러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두 달 만에 39.2%나 폭락한 것이다.

두 달 전 85.45달러까지 올라갔던 북해산 브렌트유의 런던 ICE 선물거래소 거래가는 이 날 배럴당 56.26달러로 마감됐다. 전날 대비 하락폭이 무려 5.6%, 두 달 전 대비 하락폭은 34.1%에 이른다.

미국의 CNBC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앞으로 몇 주 동안 국제유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용된 전문가들의 예측은 앞으로 유가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곧바로 공급이 늘어나리라는 점, 중국 등의 경제 성장 둔화로 수요가 줄어든다는 점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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