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경영계가 최저임금 산정방식을 둘러싸고 또 한 차례 격한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번엔 최저임금 자체가 아니라 산정방식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똑 같은 시간을 근무하고 똑 같은 임금을 받더라도 최저임금 산정방식에 따라 실제 근무 시간당 주어지는 임금은 크게 달리지는 게 그 원인이다.

논쟁의 시발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8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었다. 당시 고용부는 실제로는 일하지 않았지만 급여가 제공되는 유급휴일도 근로시간으로 법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즉, 최저임금 계산 때 소정근로 시간 외에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들을 모두 합해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뒤 임금을 이 시간으로 나누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낙연 총리(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낙연 총리(오른쪽 세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유급휴일이란 노사 간 합의에 의해 이뤄지는 약정휴일(회사 또는 노조 창립일 등)과 주 15시간 이상 일할 경우 덤으로 주어지는 하루의 주휴일 등을 지칭한다. 이들 휴일엔 실제론 일은 하지 않지만 8시간 일을 한 것으로 간주해 임금이 지급된다. 단, 약정휴일의 경우 기업주가 의무적으로 임금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임금 지불 여부 또한 노사합의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약정휴일에도 반일치 또는 하루치 임금이 지급되고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예고 당시부터 경영계의 반발을 샀으나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다 지난 20일 이 개정안이 차관회의에서 확정됐고, 다시 한번 경영계의 반발이 크게 일었다. 그러자 지난 2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경제관련 부처 장관들을 소집해 소위 ‘녹실 회의’라는 비공식 회의를 열고 수정 문제를 논의했다.

이 과정을 거친 시행령 개정안은 마침내 이낙연 총리 주재로 24일 열린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됐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최종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각의는 이 날 이 안건을 심의보류하고 최저임금 산정시 주휴일은 그대로 둔 채 약정휴일만 근로시간에서 제외하는 수정안을 재입법예고한 뒤 오는 31일 국무회의에 재상정하도록 했다.

시행령 적용일인 다음달 1일을 코 앞에 두고 다시 한번 재입법예고 수순을 밟아 시한 막바지 날짜에 개정안을 의결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수정안은 약정휴일의 임금과 시간을 모두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약정휴일과 관련된 것들 모두, 즉 분자에 해당하는 수당과 분모에 해당하는 시간을 동시에 배제하자는 게 정부의 새로운 제안이다.

그러나 주휴일과 그에 따른 임금은 모두 최저임금 산정시 기준에 포함된다.

이에 대해 경영자단체는 입장문 발표 등의 방법을 통해 즉각 반발했다. 경영계는 법정 주휴시간을 근로시간에 그대로 포함시키는 한 기존 고용부의 원안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이 포함되면 똑같은 임금을 주고도 시간당 임금을 덜 주는 꼴이 된다는 얘기다.

경영계는 또 임금은 나가지만 실제로는 일하지 않은 시간인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시 근로시간으로 적용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영계는 정부안대로 하면 내년도의 실제 최저시급이 법정액인 8350원이 아니라 1만30원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주 40시간 기준의 월간 소정근로 시간은 174시간이다. 한달은 평균 4.35주에 해당하므로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를 하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이를 토대로 삼아 월급으로 최저임금을 고시할 경우 그 액수는 145만2900원이 된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고시할 땐 현실적으로 주휴수당이 붙는다. 이 때 주휴수당은 월 29만2250원이다. 따라서 월급 기준 최저임금은 174만5150원으로 늘어난다. 이를 시급으로 계산하면(174만5150원/174시간) 1만30원이 된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물론 이는 주휴수당은 분자에 포함시키고 주휴일의 근로시간은 분모에서 빼서 계산한 결과다.

경영계의 이같은 방식은 법원의 판결에 적용된 방식과도 일치한다. 대법원은 지금까지 분쟁을 처리하면서 일관되게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으면서, 주휴일의 근로시간은 기준시간에서 제외해왔다. 실제로 받은 돈과 실제로 일한 시간만을 계산해 판결해온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시행령 개정에 나선 것은 오랜 세월 반복돼온 논란을 잠재우기 위함이었다. 그간 나타난 대법원의 판단도 결국 법규정 미비에서 초래된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주휴수당 또한 근로기준법상 미 지급시 체불로 인정된다는 점을 들어 최저임금 산정시 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시각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경영자 단체의 반발이다.

당장 경총은 24일 국무회의가 끝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고용부의 기존 입장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방안”이라며 정부가 재입법예고한 수정안에 반대했다.

대한상의도 같은 날 “최저임금은 근로자가 실제로 지급받는 모든 임금을 실제 근로한 시간으로 나눠 계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곁들이며 내놓은 입장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입장문을 통해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기업이나 영세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며 개정안 재검토를 요구했다.

경영계는 또 개정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연봉 5000만원 이상을 받는 근로자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상여금 등이 매달 지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되는데 따른 부작용을 하소연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그같은 문제는 기업들이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준비 기간도 부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경영계는 대기업들의 경우 대개 임금체계 개편이 노사 합의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정부가 묵살하고 있다고 불평한다. 임금체계 개편은 그리 간단히,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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