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꾸기 위한 행동을 본격화했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급속히 오르면서 부작용이 속출하자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 변화를 꾀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7일 고용노동부가 밝힌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 중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기존의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한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노·사 양측을 대표하는 위원 각 9명과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임위가 매년 7월까지 그 이듬해의 최저임금을 결정해왔다. 이후 정부는 최임위의 결정을 재심의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그간의 관행이었다. 사실상 최임위의 결정이 곧 이듬해 최저임금으로 확정되어온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은 이같은 구조 자체에 변화를 주었다. 이로써 구간설정위가 최저임금의 상·하한 구간을 설정해주면, 결정위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 새롭게 도입된다.

구간설정위는 전문가 9명으로 이뤄진다. 이들 전문가는 노·사단체로부터 추천을 받거나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 선정된다. 이들의 역할로 볼 때 구간설정위 단계부터 논란이 일 가능성이 크다. 구간설정위가 상·하한선을 좁혀놓으면 결정위가 움치고 뛸 공간은 그만큼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구간 설정 작업이 향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을 수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노동계는 구간설정위 신설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구간을 미리 설정하는 것이 노·사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구간설정위 신설에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경영계는 이전부터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안을 제시하고 그 범위 내에서 위원회가 최저임금을 최종결정하는 2단계 방안을 대안 중 하나로 제시해왔다. 그간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정부의 의도대로 최저임금 수준을 좌지우지해온 데 대한 불만이 그 배경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논란은 결정위 단계에서 더 뜨겁게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구 이름은 바뀌었지만 이 위원회에 논란을 몰고 다니던 공익위원들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결정위는 15~21명의 위원으로 축소 조정되는데, 기존의 최임위처럼 노·사위원과 공익위원들로 구성된다.

이로 인해 최임위의 축소판으로서 기존 최임위가 안고 있던 문제를 고스란히 이어받을 개연성이 있다.

정부도 이를 의식, 결정위 구성을 위해 고심한 흔적을 드러냈다. 결정위 위원에 청년, 여성, 비정규직, 중소·중견기업 관계자,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사람 등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공익위원 선정 방식도 이전과는 달라진다. 두드러진 변화는 정부가 단독으로 행사해오던 공익위원 추천권을 포기한다는 점이다. 대신 노·사 및 국회가 추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노·사가 특정인에 대해 상호 배제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전과 달라지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도 경영계는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전처럼 공익위원들이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따른 쏠림 현상이 사라지는 대신 노·사 간 대립이 더욱 첨예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명목은 공익위원이지만 위원 각자가 노 또는 사, 여당 또는 야당을 대변하며 서로 대립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여·야 대립 구도는 노·사 대립 구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결정위를 정치적 쟁점의 장으로 변질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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