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과 투자는 최악, 소비는 그런대로 무난.

지난 한해 우리 경제가 거둔 성적표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될 것 같다. 이 같은 평가는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작년 우리나라의 연간 전(全)산업생산은 2017년에 비해 1.0% 증가하는데 그쳤다. 2000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이런 가운데 미래의 생산활동을 좌우하는 설비투자는 4.2%나 감소했다. 이 정도의 설비투자 감소는 금융위기 이후 9년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그나마 소비가 5.5% 증가해 그런대로 무난한 성적을 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현재와 미래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 및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12월까지 7개월 연속 동반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포인트 떨어져 9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 지표가 이처럼 장기간 하락세를 이어가기는 외환위기가 몰아닥친 시기였던 1997년 9월~1998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지난 달에 0.2포인트 하락함으로써 연속 하락 기간이 7개월로 늘어났다.

통계청은 두 개 지표가 7개월 연속 동반 하락하기는 197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경기 하강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한층 짙어졌다. 통상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하락세가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경기 하강 여부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보면, 우리 경제가 진작 하강 국면이 들어섰다는 의심이 제기될 만하다.

통계청 및 일부 연구기관들은 우리 경제가 2017년 2분기 또는 3분기 언저리에서 이미 정점을 찍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 기관에 의해 경기 전환을 공식화하는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현재 국면을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월간 지표 자료는 지난 달 전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계열)가 전달보다 0.6% 하락했음을 보여줬다. 전산업생산지수는 광공업과 서비스업, 건설업, 공공행정 등 분야를 망라하는 모든 산업군의 생산활동을 총합한 뒤 이를 지수화한 것이다. 월별 경제 활동을 비교분석하는데 유용하게 쓰이는 자료여서 이 지수는 통계청에 의해 매달 집계된다.

전산업생산은 지난해 10월 반짝 반등하며 1.2%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11월(-0.7%)과 12월엔 연속 하락했다. 통계청은 산업군 중에서도 광공업 분야의 부진이 전산업생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광공업 생산(-1.4%) 부진의 주된 배경은 자동차(-5.9%)와 반도체(-4.5%) 분야의 저조한 생산활동이었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전달(-2.0%)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 달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전달보다 0.4%포인트 하락한 72.7%를 나타냈다.

지난달 설비투자는 전달 대비 0.4% 감소했다. 작년 11월 4.9% 감소 이후 두달째 이어진 감소세다. 반면, 건설투자 중 건설기성(建設旣成: 실제 시공 단계에 들어간 건설부문 실적)은 전달보다 2.4% 증가했다. 건설기성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5개월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달 대비 0.8% 증가했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10월(0.2%)과 11월(0.45%)에 이어 세 달 연속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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