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이 다시 한번 이미지를 구겼다. 이번엔 야심작으로 내놓은 글로벌 신약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키웠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이번 논란이 가져다줄 충격파는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개요는 국내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에 신고된 것과 다른 성분이 섞여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시판 전 단계로서 미국에서 임상실험이 진행되던 과정에서 확인됐다. 이 일로 이미 임상실험을 끝내고 시판에 들어가 있던 한국에서도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그룹 차원에서 사활을 걸다시피하며 개발한 신약

코오롱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사진 = 연합뉴스]
코오롱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사진 = 연합뉴스]

이 성분 논란에 휩싸임에 따라 코오롱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은 입는 것은 물론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그러지 않아도 코오롱 그룹을 둘러싼 세간의 이미지는 구겨질대로 구겨진 상태에 있었다. 코오롱의 ‘흑역사’는 지난해 이웅열 회장이 깜짝 사퇴 의사를 밝힌 지 3개월만인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60대 초인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회사 행사에 터틀넥 티셔츠 차림으로 나타나서는 ‘새로운 도전’을 선언하며 경영 일선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언론에선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찬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갖은 갑질 시비 속에서도 경영권 고수를 위해 애쓰는 일부 대기업 오너 일가와 대비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불과 석달 뒤 코오롱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게 변했다. 이웅열 전 회장이 비리 혐의로 기소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부친으로부터 주식을 차명으로 물려받은 뒤 그 사실을 숨기거나 허위로 신고했다는 것이 주요 혐의 내용이었다. 파악된 차명 및 미신고 주식수만 수십만주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증여세 탈루가 목적이었을 것이란 구설이 뒤따랐다. 이 전 회장에게는 자본시장법과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 일로 이 전 회장의 깜짝 사퇴가 결국 ‘꼼수’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막판 위기에 몰려 사퇴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위해 물러나는 것으로 위장했다는 비판적 평가가 하나 둘 나타난 것이다.

이 회장이 캐주얼 복장으로 단상에 서서 사퇴를 말할 때 많은 이들은 그의 새로운 도전 정신에 찬사를 보냈던 게 사실이다. 전쟁 직후 나일론 생산을 목적으로 창업한 코오롱(코리아 나일론의 줄임말)이 오늘날 바이오산업 리딩 그룹으로 발전한 이력에 또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가 제시되리라는 기대감이 그 배경에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이 회장이 기소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5년여 전 크오롱 그룹 소속의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천장 붕괴 사고 이후 이 전 회장이 보여주었던 헌신적 사고 수습 노력의 공도 한꺼번에 사라져버렸다. 이 회장은 사고 당시 곧바로 유족들을 찾아가 사죄했고 사재를 털어가며 보상 및 배상에 나서기로 약속함으로써 불행한 사고의 와중에서도 사고 수습의 모범적 사례를 제시했다는 평을 들었다.

코오롱 그룹은 이번 신약 파동에도 불구하고 인보사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코오롱이 이 일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는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오롱 계열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인보사는 2017년 국내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이자 국산 신약 29호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판매 허가를 얻었다. 코오롱이 바이오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채택한 뒤 기울여온 노력의 획기적 결실이었다. 코오롱이 신약 개발을 위해 19년 동안 쏟아부은 돈만 1100억원이 이르렀다. 인보사 개발은 이 전 회장의 ‘뚝심’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많이 쏟아부은 만큼 그룹 측의 기대도 컸다. 코오롱은 인보사가 미국에서 임상실험을 무난히 통과하면 글로벌 신약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희망을 지니고 있었다. 미국에 이어 중국, 일본, 호주 등 전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이 코오롱의 계획이었다. 이번 사태는 그 같은 계획에 일정 부분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인보사 사태와 관련, 안전성에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라며 “안전성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인보사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를 해도 잘 듣지 않는 중등도의 골관절염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된 유전자 치료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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