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젊은 자녀들의 마약 투약 사건이 다시 한번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엔 SK그룹과 현대의 오너가 3세가 나란히 구설의 주인공이 됐다. 이들은 모두 변종 마약류인 액상 대마를 몰래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먼저 경찰 조사를 받은 SK그룹 일가의 재벌 3세인 최모씨(31)는 혐의를 인정했다. 이에 경찰은 조만간 최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최씨는 휴대전화 메신저를 이용해 마약 공급책과 접촉한 뒤 계좌이체를 통해 송금하고 택배로 마약을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달한 돈은 모두 700만원, 투약 횟수는 15회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가 재벌3세인 정모씨(28)도 해외 체류중인 상태에서 같은 혐의로 수사 당국에 의해 입건됐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SK 창업주의 손자 최모씨. [사진 = 연합뉴스]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SK 창업주의 손자 최모씨. [사진 = 연합뉴스]

이들이 투약한 액상 대마는 기존 대마보다 냄새가 약해 몰래 숨어서 피우면 적발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도 환각 효과는 더 강해 중독자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벌가 2, 3세들의 마약 투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엔 SPC그룹 오너가 자제인 허희수 부사장(당시 41세)이 액상 대마를 외국에서 몰래 들여와 피우다 적발됐고, 2013년엔 범현대가의 정모씨(당시 28세)가 대마초를 상습 흡연한 혐의로 구속되는 일이 발생했다.

남부러울 것 없을 듯한 재벌가 자녀들의 마약 투약 사건이 이처럼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대안은 없는 걸까.

먼저 재벌가의 젊은 자녀들이 마약의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건 이들의 이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실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이들 모두 해외 유학파들이라는 점이다. 위에 언급된 이들도 예외 없이 해외 유학 경험을 지녔다. 청소년 시절 부모의 곁을 떠나 이뤄지는 낯선 외국 생활이 이들을 마약의 덫으로 유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풍족한 주머니 사정도 유혹을 키우는데 일조했을 수 있다.

또 하나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재벌가 자녀들의 경우 마약 투약 등 일탈이 가져다주는 충격이 일반인의 그것보다 훨씬 작다는 사실이다. 그 같은 인식이 그들의 일탈에 대한 결정을 쉽게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마약 하다가 들켜도 이후 먹고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란 인식이 그들의 일탈을 부추긴다는 뜻이다. 반면 여염집 자녀들의 경우 마약 한번 접했다가 발각되면 재기불능의 나락에 빠져드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세도가 구성원들에 대한 가벼운 처벌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허희수 부사장은 마약 밀수 의심까지 받았으나 1심에서 투약 혐의만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비슷한 예는 또 있다. 유력 정치인인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사위 이모씨(당시 38세)는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됐으나 4년여 전 1심에서 역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를 포기하며 1심 선고를 수용했다.

‘혐의 내용을 시인했다’, ‘초범이다’ 등등의 이유가 제시됐지만 위의 선고를 두고는 사회적 비난이 크게 일었다. 비난의 화살은 법원과 검찰 모두를 향해 있었다. 세도가 자녀들에 대한 봐주기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란 사회적 공감대가 그 배경을 이뤘다.

물론 엄벌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재벌가, 세도가 구성원들은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 돈있고 힘있는 이들이 마약류 사범의 주류를 있다는 점을 두루 감안하면 그들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게 옳다. 더구나 수저이론까지 등장한 지금은 국민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그들에 대한 엄벌이 더 필요해진 시점이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한 조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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