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 쇼크 수준의 성장률이 발표되자 경제위기에 버금가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10년여 만에 나타난 가장 낮은 수준의 경제성장률이다. 역성장이 나타나기는 5개 분기 만이다.

25일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의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을 발표했다. 한은이 밝힌 1분기 성적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 당시의 -3.3% 이후 가장 저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한차례 있었다. 2017년 4분기의 -0.2%가 유일한 기록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결국 금융위기 이후 분기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사례는 공교롭게도 모두 문재인 정부에 국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상치를 밑도는 1분기 성장률에 정부도 시장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분석가들 역시 올해 1분기 성적이 예상을 훨씬 밑도는 수준까지 내려갔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은 발표 직전까지도 시장에서는 낮게 잡아도 마이너스 성장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었다.

당연히 시장에서는 충격에 휘청거리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날 오전 10시 10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9포인트 이상 빠졌고, 환율은 7.5원이나 올라갔다.

역성장이 나타난 주된 이유는 역시 수출 부진이었다. 전체 수출의 5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5개월 연속 수출 감소가 확실시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 1분기엔 전 분기에 비해 수출이 2.6%, 수입은 3.3% 줄었다.

설비투자가 전기 대비 10.8%나 줄어든 점도 분기 성장률을 갉아먹은 요인으로 꼽힌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설비투자 감소율은 16.1%에 이른다.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며 국내 투자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수치다. 물론 그 배경엔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 최저임금 인상 및 강성노조에 의한 생산성 저하 등이 중요한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정부의 재정 투자가 집중됨으로써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1.0%를 기록했던 점도 1분기 성장률을 낮추는데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 기저효과에 의해 성장률 수치가 실제 이상으로 낮게 나타났다는 의미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올해 2분기 성장률이 반등할 가능성은 일단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또 반도체 경기가 다소나마 회복되고 정부의 추경안이 효력을 발휘하게 될 하반기엔 성장률 수치가 보다 호전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한은 역시 이 점을 강조하면서 지나친 비관을 삼가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1분기 실적이 워낙 안 좋게 나타남으로써 올해 성장률이 한은 목표치(2.5%)에 도달할 가능성은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줄곧 1%에 육박하는 분기 성장률을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 분기 연속 1% 가까운 성장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전분기 대비 분기별 성장률은 차례로 1.0%, 0.6%, 0.6%, 1.0%였다.

상황이 어려워진 만큼 내재돼 있던 금리 인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한은 또한 금리인하 압박이 거세지면 기조 변화를 보일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의 ‘성장쇼크’를 계기로 국회가 추경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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