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매달 중순이 다가오면 촉각을 곤두세우며 언론의 반응을 살피는 것 중 하나가 그 직전 달의 고용현황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보다 부실해진 고용사정이 장기간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현실이 정부의 조바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매달 이맘때쯤 발표하는 전달의 고용동향은 최근 1년여간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했다.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0만~30만 이상의 일자리 증가 현상에 익숙해져 있는 분위기 속에서 제시된 성적은 번번이 10만명대 또는 그 이하의 일자리 증가 정도였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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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모처럼 취업자 증가폭이 20만명대를 회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해당 월의 취업자 수는 총 2732만2000명으로 늘었다. 전년 5월에 비해 늘어난 취업자 수는 25만9000명에 달했다.

작년 1월까지 20만을 넘던 고용 증가폭은 2월 들어 10만4000명으로 급격히 줄어든 다음 1년 이상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해 1월엔 고용 증가폭이 1만명대(1만9000명)로 떨어져 정부를 긴장시켰다.

취업자 수 증가폭 못지않게 정부를 안도시킨 또 하나의 지표는 고용률이었다. 취업자 증가세 둔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고용률을 보라”고 주장해온 정부로서는 5월 고용률 집계 결과가 반가울 수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가별 비교시 기준으로 삼는 15~64세의 5월 고용률은 더욱 긍정적이었다. 이날 통계청이 밝힌 이 연령대의 고용률은 67.1%로 5월 기준으로는 3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동월 대비로는 0.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이날 발표된 5월 고용 성적에 인색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고용 증가폭과 고용률은 긍정적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여전히 고용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을 역임한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이날 SBSCNBC에 출연해 “30대와 40대 핵심인력층 고용시장이 안 좋다”고 지적한 뒤 “희망적이라 얘기하긴 어렵다”고 단언했다. 이와 함께 “광의의 청년실업(확장실업률)이 24~25%에 이른다”고 설명하면서 “전반적으로 고용 사정이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확장실업률은 현실과 통계수치 사이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이는 추가 취업을 원하는 시간제 근로자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있지만 취업을 원하는 이들을 실업자로 간주한 뒤 따로 계산해낸 실업률을 의미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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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가 지적했듯이 통계청이 밝힌 5월 고용동향엔 중요한 약점들이 담겨 있다. 우선 취업자 증가폭이 20만을 넘겼지만 우리 사회의 주축인 30대와 40대의 취업자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들 연령대의 취업자 감소폭은 30대 7만3000명, 40대 17만7000명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40대 취업자의 감소 현상은 43개월째 이어져오고 있다.

30~40대 연령층에서만 25만명의 취업자가 줄어들었지만 대신 일자리 수를 늘린 주된 연령층은 60대였다. 지난 달 60대 취업자 증가폭은 35만4000명에 이르렀다. 50대 역시 10만9000명이 새로 취업에 성공함으로써 5월 취업자 증가폭을 늘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반면 20대 취업자 증가폭은 3만4000명에 그쳤다.

통계청은 30~40대 취업자 감소 현상에 대해 이들 연령층이 인구 감소 계층에 해당하는 만큼 이 부분을 따로 떼어 평가하기보다 고용률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30대 고용률은 같은 수준인 76%를 유지했고, 40대 고용률은 불과 0.7%포인트 떨어진 78.5%를 기록했다는 점을 은연중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이들 연령대의 고용 감소세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 해당 연령대에서도 현실적으로 한 가정의 가장 역할을 수행하는 남성들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 등은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여성의 진출이 용이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12만4000명 증가)가 크게 늘어나는 대신 남성 근로자 위주의 제조업 취업자(-7만3000명)가 줄기차게 감소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

아직 맞벌이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30~40대 남성의 실직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업종별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취업자 증가폭이 크게 나타난다는 자체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정부 재정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해당 취업자들의 경우 30~40대 남성이나 제조업 등 분야의 근로자들보다 직업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취업시간대별 분류에서 36시간 이상 취업자가 38만2000명 줄어들고, 그 미만 시간의 취업자 수는 66만6000명 증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청년(15~29세) 실업률이 9.9%로 전년 동기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지만 체감실업률을 의미하는 확장실업률이 24.2%로 0.1%포인트 올라가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실업자 수가 114만5000명으로 100만명을 훌쩍 넘기고 있는 것도 문제로 남아 있다. 5월 실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만4000명 더 많아졌다.

실업률은 전년 5월과 같은 4.0%를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실업자 수는 경기가 풀려 구직활동이 활발해질 때도 증가하기 때문에 이것은 부정적 신호가 아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공시생들이 평소엔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다가 취업 시즌에 입사 지원을 하면 비로소 실업자로 분류되는 현실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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