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분기 성장률 집계(속보치)를 두고 새삼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1.1%로 나타나 일견 무난한 듯 보일 수 있지만 분기별 성장 추이나 세부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느낌이 달라진다.

실망을 느끼게 해주는 요인은 하나 둘이 아니다.

그 첫째는 1%대 성장이 전분기의 저성장에 힘입은 바 크다는 사실이다. 0%대 성장을 가까스로 면한 것마저 기저효과 덕분이었다는 뜻이다. 이 같은 분석은 지난 1분기의 성장률이 -0.4%였다는 점에 기반을 두고 있다. 비교 대상이 워낙 부실하다 보니 2분기 성장 실적이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져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2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2.1%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또 하나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은 이 정도의 성장마저도 민간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한은 발표 자료에 담긴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지출’ 부분을 보면 2분기 중 민간소비가 0.7% 증가하는 동안 정부소비는 2.5% 증가했다. 정부소비를 주도한 항목은 물건비와 건강보험급여비 지출 등이었다.

정부 주도 성장의 실상을 보여주는 다른 요소로는 경제 주체별 성장 기여도를 꼽을 수 있다. 이 부분을 보면 정부가 재정 지출을 통해 성장을 이끌었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2분기 중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10년 3개월 만에 최대치인 1.3%포인트(전기 대비)를 기록했다. 반면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전기에 비해 0.2%포인트 감소했다.

항목별 성장 기여도를 집계한 자료 역시 내용면에서 대동소이하다. 그중에서도 투자 부문 기여도의 경우 정부 쪽이 0.8%포인트 증가했으나 민간의 기여도는 0.5%포인트 줄어들었다. 특히 민간의 투자 기여도는 5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기대를 꺾고 있다.

이상의 내용들은 지금의 저성장 기조도 문제이지만 현 수준을 유지해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재정 투입에 의한 정부 주도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그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만 전체 예산(470조)의 65.4%를 투입했다. 정부가 상반기 중 재정집행률을 최대한 높이려 애쓴 결과다. 이로써 하반기에 정부가 사용 가능한 실탄은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추경이 머지않아 통과된다 한들 사정이 크게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기 힘든 형국이다.

그 부족분을 민간이 메워줘야 하는데 지금의 흐름으로 보아선 기대난망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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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분배에 방점을 찍으며 경제정책을 운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는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는 확장적 재정 운용은 물론 현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고용 실적의 개선 또한 어렵다.

올해 상반기 중 우리가 달성한 경제 성장률은 1.9%(전년 동기 대비)에 불과하다. 반기 성장률이 2%를 밑돌기는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하반기 성장률을 2.4%로 예상하고 있다. 이 예상이 맞아떨어져야 한은이 수정 제시한 올해 우리나라의 전체 성장률 목표치 2.2%도 무난히 달성될 수 있다.

문제는 이 목표를 이루는 것이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당장 3분기와 4분기 연속 전기 대비 1%에 가까운 성장률을 달성해야만 겨우 올라설 수 있는 고지다. 그것도 정부가 앞에서 이끌며 올라가야 할 지점이다.

결론은 역시 기승전 ‘민간’이다. 민간 투자와 소비를 주축으로 한 내수와 함께 수출이 활성화되도록 제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도 지속 가능한 방법이다. 악화된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 나홀로 성장을 이어가다시피 하고 있는 미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법인세와 소득세 등의 감세를 검토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방법이 무엇이든 이젠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도 됐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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