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뷰] 월성 원전 1호기 ‘영구정지’ 결정 보류 - 배경 및 전망
[나이스뷰] 월성 원전 1호기 ‘영구정지’ 결정 보류 - 배경 및 전망
  • 김기영 기자
  • 승인 2019.10.1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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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자력발전 1호기 가동이 영구정지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을 결정함으로써 사실상 요식절차만 남겨두게 된데 따른 것이다. 한수원은 2년여 전 고리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한 바 있다. 원전의 순차적 폐쇄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탈원전 정책’의 일환이다.

하지만 원전 폐쇄는 그 자체가 정치적 결정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정치적 결정이라 함은 곧 그 과정에서 경제성이 거의 묵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탈원전 정책이 종국엔 한국전력의 발전 단가를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년 총선이 끝나면 전력 요금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도는 것도 그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월성 1호기 폐쇄는 마지막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영구 정지에 대한 심의가 그것이다. 지난해 6월 원전 건설 및 관리·운영을 맡고 있는 한수원은 이사회를 열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원안위는 11일 광화문 사무실에서 회의를 열고 월성 1호기 가동 영구정지 안건을 논의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자 결정을 유보한 채 이날 회의를 마쳤다. 일단 폐쇄 결정이 보류됐다지만 그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무총리 직속의 행정기관인 원안위는 형식상으론 합의제 기구이지만 태생적으로 정부 정책을 거스르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위원장을 포함한 9명 위원 전원을 대통령이 임명 또는 위촉하는데다 구성과 관련된 규정으로 볼 때 최소 7명은 친정부 인사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정부의 뜻에 반해 원안위가 사안을 뒤집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결국 정부 방침을 저지할 수단이 있다면 그것은 국민들의 압도적 반대 여론뿐이라 할 수 있다.

이날 원안위가 월성 1호기 영구정지 결정을 보류한 데는 한수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결정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회는 야당의 제안에 따라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살펴볼 요량으로 감사원 감사 요구안을 의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의 감사가 곧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감사원 감사는 한수원 이사회가 원전 폐쇄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료 조작 등이 있었는지 등도 함께 살필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이사회의 결정을 둘러싼 ‘날치기’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경주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사진 = 연합뉴스]
경북 경주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사진 =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이사회 구성원들의 배임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점은 감사원이 얼마나 독립성을 유지하며 엄격하게 감사에 임할지 여부다.

앞서 한수원 이사회는 2022년까지 10년 더 운영해도 좋다는 허가를 얻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월성 1호기는 작년 6월부터 가동 중단 상태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는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10년 연장 승인을 얻기 위해 국민의 혈세 7000억여원을 쏟아부은 것과도 모순되는 결정이었다. 한수원의 결정이 정치적 이유에 의해 내려졌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한수원은 월성 1호기에 대해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곧바로 한수원이 정확한 자료 없이 경제성 없음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경제성 평가절하를 위해 월성 1호기 이용률을 임의로 낮췄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7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원안위 국정감사에서 엄재식 위원장은 원안위 회의에서 경제성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야당 의원으로부터 한수원이 월성 1호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나온 답변이었다. 엄 위원장은 또 영구정지 안건의 취소 역시 원안위 논의 안건이 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취소 결정을 할 수 있는 곳은 사업자인 한수원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상의 과정을 종합하면 월성 1호기 폐쇄는 정해진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워진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감사원 감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원안위가 서둘러 폐쇄 결정을 승인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할 수 있다.

이날 원안위가 결정을 보류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결과인 듯 보인다. 이미 가동 중단된 월성 1호기의 폐쇄 결정이 분초를 다투는 일도 아닌 바엔 감사원 감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심산이 작용했을 것이란 뜻이다.

이날 원안위 회의에서 한국당 추천으로 위원회 구성원이 된 이병령 위원은 “감사원 감사 요청이 이뤄진 상태에서 조기 폐쇄 안건을 올린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이는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감사 과정에서 한수원의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안건이 무효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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