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우리 생각엔…] 시행령 통한 규제 강화 자제해달라는 한경硏의 호소
[Editorial-우리 생각엔…] 시행령 통한 규제 강화 자제해달라는 한경硏의 호소
  • 박해옥
  • 승인 2019.10.18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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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규제 완화를 호소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규제 개혁 전도사’로 불리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규제 개혁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요즘 들어서는 규제 개혁이란 표현으로는 모자라다는 듯 ‘규제 혁파’를 열심히 강조하고 있다. 박 회장은 청와대 초청으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규제 혁파를 당부하는가 하면 일부러 국회를 찾아가 같은 내용의 호소를 하기도 한다. 사람의 몸이 신진대사가 원활해야 건강해지듯이 규제가 최대한 사라져야 기업들의 활동이 자유로워지고 경제에 활력이 생긴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박 회장뿐 아니라 대통령도 규제 완화를 자주 입에 올리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나날이 쏟아져나오는 개정 법률은 물론 각종 시행령이나 규칙 등이 이런저런 새로운 규제들을 포함시키고 있어서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특히나 요즘 들어서는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활용해 규제를 강화하는 편법을 쓰는 일이 잦아졌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비근한 예가 지난 16일로 입법예고를 끝낸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다. 여기엔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대기업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기반을 마련해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시행령은 법률과 달라 국회 심의 및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부가 임의로 수정할 수 있는 하위법령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를 활용해 국회 견제 없이 규제의 칼을 너무 쉽게 휘두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개정을 통한 규제 강화는 종종 상위 법률이나 헌법의 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시비를 낳기도 한다.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통한 규제가 일방통행식으로 이뤄지는 바람에 이를 저지할 목적으로 국회가 상위법 개정에 나서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의 섣부른 적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률 개정안이 그 사례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규제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공개됐다. 민간 경제연구소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과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의 하위법령 개정시 규제가 강화된 경우가 그 반대 경우의 2.5배나 된다. 2014년 1월부터 올해 6월 25일까지 개정된 시행령 등 하위법령의 규제 및 제재 현황을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조사 기간 동안 개정된 하위법령은 시행령 61건, 시행규칙 및 고시·지침 219건이었다. 이 가운데 규제 강화가 이뤄진 경우는 81건이었고 그 반대는 32건이었다. 또 제재 강화는 23건이었던데 반해 그 반대 경우는 0건이었다. 규제 완화 대비 강화 비율은 2015년에 1.4배였으나, 지난해에는 그 비율이 5배로 급증했다. 제재를 강화할 목적으로 하위법령 개정이 이뤄진 경우는 2015년 1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늘어났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규제 강화 내용별로 구분하자면,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 43.2%였고 절차를 복잡하게 한 경우가 55.6%를 차지했다.

한경연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제시하면서 정부가 혁신성장이라는 정책 방향에 어울리지 않게 하위법령 개정을 통해 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종석 의원은 “정부는 기업에 대한 규제 및 제재를 강화하는데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기조는 정부가 공정경제를 경제정책의 주요 축으로 삼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공정이란 명분 하에 기업, 특히 대기업을 독려의 대상이 아니라 견제와 감시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정부 내 분위기가 그 이유라는 얘기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경제의 활력 제고다. 경제 전반에 온기와 생기를 불어넣고 활력을 제고시킬 핵심 주체는 기업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엄정한 경쟁 룰을 정하고 집행하되 기본적으로는 그들은 적대시하기보다 독려하는데 치중해야 한다.

지금처럼 규제가 횡행하는 상황에서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국내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들의 투자 기피는 시중에 돈이 모자라서가 아니라는 게 많은 경제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지금도 대기업들은 많은 현금성 자산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통화 유통속도가 전에 없이 느려졌다는 분석과 연결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국은행이 아무리 기준금리를 내리고, 기타 방식의 양적완화 정책을 쓴다 한들 백약이 무효다.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혁파하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고용 증대도 기업들의 규제 혁파에 이은 투자가 있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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