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뷰] 기준금리 내리는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왜 오를까?
[나이스뷰] 기준금리 내리는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왜 오를까?
  • 최진우 기자
  • 승인 2019.11.04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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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최근 세 달여 사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이후 기준금리는 1.25%로 내려갔다. 기준금리가 떨어지자 은행들은 기회를 만났다는 듯 재빨리 예금금리와 적금금리를 내리고 있다.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이미 0%대로 떨어진 지 오래다. 요즘 들어서는 비교적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 상품에서도 0%대 금리가 늘어가고 있다.

4일 현재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금융상품 통합비교 공시 사이트 ‘금융상품 한눈에’에 나타난 금융기관들의 정기예금 금리를 살펴보면 그 실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일례로 1000만원을 6개월짜리 정기예금 상품에 넣어둘 경우, SC제일은행의 ‘퍼스트정기예금’은 세후 이자율이 0.85%다. 우리은행에서 같은 금액을 같은 기간 ‘WON예금’에 넣어두면 세후 이자율은 0.63%가 적용된다. 이밖에도 국내 금융기관들이 내놓은 정기예금 상품 중엔 세후 이자율이 0%대인 것들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세전 이자율이 0%대인 것도 간간이 눈에 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은행들은 일부 수신상품의 금리를 더 내리는 조치를 연이어 취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외국계 은행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일례로 씨티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입출금 통장에 부여하던 우대금리를 0.2~0.3%포인트 인하했다. 이 은행이 취급하는 ‘씨티더하기통장’은 신규가입자나 1000만원 이상 금융거래 실적 보유자에게 제공하던 연 1.4% 금리를 1.2%로 내렸다. SC제일은행은 이달부터 주요 입출금 상품의 연리를 0.1~0.3%포인트 인하했다.

다른 은행들은 아직 예금금리 추가 인하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금리 인하 의향이 없어서가 아니다. 마음이야 굴뚝 같은데 내년부터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 규제가 강화될 것에 대비하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즉, 내년에 대비에 예금을 최대한 유치해야 하는데, 예금 이자를 줄였다가는 있던 예금마저 빠져나갈까봐 조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전반적 상황으로 보자면, 은행권에서의 예금 금리 인하 압력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금융소비자들로서 이해하기 힘든 점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담대가 한은 기준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하나 같이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로 벌어들이는 수입)을 키워 돈장사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의 주담대 금리 인상엔 나름의 논리와 이유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도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현재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은 한은 기준금리가 아니라 코픽스(COFIX)다. 코픽스란 국내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데 드는 비용에 일정한 가산금리를 덧붙여 매긴 값이다. 은행들은 이를 기준으로 각자 주담대 금리를 결정하게 된다. 간단히 정리하면, 코픽스는 주담대의 기준금리라 할 수 있다.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엔 예금 유치와 채권(금융채) 발행 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일정한 이자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여기에 인건비와 점포 임대료 명목의 지출 등을 두루 감안해 주담대 금리를 결정하게 된다.

이 같은 제도 탓에 은행들의 주담대 금리는 언제든 한은 기준금리와 따로 노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은행들의 복잡한 속내야 어찌 됐든, 요즘처럼 기준금리가 하향세를 보이는 상황이라면 소비자들로서는 당연히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에 아랑곳하지 않고 은행들의 주담대 금리 인상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채권가격의 하락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주된 방법 중 하나가 금융채 발행이다. 그런데 채권가격이 하락하면 할수록 금융기관들의 자금 조달 비용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채권가격 하락은 곧 채권금리의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재 채권금리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당분간 금리 수준이 내려갈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지난 8월 1.3%를 갓 넘는 수준으로 내려갔던 금융채 AAA등급 5년물의 금리는 이달 초 1.8%선을 넘어섰다.

최근 채권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는 몇 가지가 지목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초슈퍼 예산과 연관돼 있다. 이 예산안이 60조원의 적자국채 발행을 전제로 짜여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적자국채의 대거 발행을 예고한 셈이니 채권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얼마 전 접수마감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실행을 위해 20조원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을 올해 안에 발행하기로 한 것도 채권금리를 떠받치는 원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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