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우리 생각엔…] 재정을 크게 쓰되 효율성도 따져보라는 KDI
[Editorial-우리 생각엔…] 재정을 크게 쓰되 효율성도 따져보라는 KDI
  • 박해옥
  • 승인 2019.11.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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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하반기 경제를 전망하면서 정부를 향해 이런저런 훈수를 내놓았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이 확장적 재정정책의 권고였다. KDI는 완화적 통화정책과 함께 확장적 재정정책이 실행돼야 우리 경제가 보다 효율적으로 회복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엔 우리 경제가 지금 또는 수개월 뒤 저점을 지나 상승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나름의 판단이 깔려 있다. KDI는 경기 관련 지표들을 살펴보았을 때 경기가 곧 바닥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KDI의 정책적 권고엔 일정한 전제도 붙어 있었다.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하되 돈을 함부로 쓰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전체적 맥락으로 보면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에 제시한 경제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IMF나 KDI의 권고가 아니더라도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확장적 재정정책을 구사해왔다. 출발 당시부터 큰 정부를 지향하며 청와대와 정부 조직을 역대 어느 정권보다 크게 키웠고, 각종 복지 정책을 활발히 펼치며 정부소비를 늘려왔다. 그 여파로 재정 지출이 급속도로 늘어나게 됐다. 추후 발생할 연금 지급 증가 등은 차치하더라도 공무원 증원 등으로 당장 정부가 지출해야 할 인건비가 늘었고, 복지 지출을 늘림으로써 저소득층의 이전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정부의 총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는 정부 예산안의 2년 연속 9%대 증가로 이어졌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이 513조를 넘길 만큼 ‘초슈퍼’ 규모로 짜여진 것도 그 같은 흐름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 운용 자체는 무작정 나무랄 일이 아니다. 지금처럼 글로벌 경기가 침체돼 있고 우리 경제가 대외 변수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정의 활발한 투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야당도 그 같은 움직임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재정의 마구잡이식 투입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현금 살포성 재정 투입일 것이다. 이런 유의 재정 투입은 일회적이고 제한적인 효과만 내기 때문에 절대로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지 못한다.

재정 운용은 흔히 우물물 사용에 비유되곤 한다. 우물에서 펌프질로 물을 새로 퍼올릴 때는 단 한 바가지의 물만 있으면 충분하다. 단, 그 한 바가지를 펌프 안에 정확히 쏟아부어 마중물로 써야 펌프에서 무한정 물이 올라오게 된다. 만약 물을 펌프에 넣지 않고 줄을 선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려 한다면 한 바가지가 아니라 한 드럼으로도 모자랄 수 있다. 재정 운용의 이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내년도 예산과 관련해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 등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내년도 예산과 관련해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 등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IMF에 이어 이번에 KDI가 재정 지출을 적극적으로 하되 그 효율성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관은 한결같이 소모성 재정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데 재정을 효율적으로 쓰라고 권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 기관의 권고를 아전인수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확장적 재정 운용 권고 부분만 그것 보란 듯 수용하려는 태도를 줄곧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려의 근거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내용이다. 예산안 구성의 대강만 살펴봐도 현 정부가 내년에도 현금 살포 식으로 재정을 운용하려 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대표적인 부분이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일자리 예산의 대거 투입이다. 복지 예산이 크게 늘어난 점도 우려를 살 만하다.

올해보다 22%나 늘어 25조원 넘게 짜여진 일자리 예산이 내년에도 노인들의 단기 알바성 일자리나 만들어주는데 주로 투입된다면 고용 개선은 백년하청이다. 181조원 규모로 커지는 복지 예산도 마찬가지다. 이 돈이 1분위 가구의 자립능력을 키워주는데 쓰이지 못한 채 현금 지급 형식으로 이전소득만 늘려주는 구실을 한다면 그 효용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예산 중 현금지원 복지 사업용으로 편성된 액수만 54조원에 이른다는 보도도 나왔다.

오죽하면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이번에 재정 확대를 권고하면서도 조목조목 주의할 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했겠는가. KDI는 재정의 확장적 운용이 단기 대응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정부에 장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세부적 권고 내용은 △재정수지 적자폭의 단계적 축소 △지출 구조조정과 재정수입 확보 방안 마련 △지출에 대한 성과평가 실시 등이었다. 이를 통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총지출 전반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의 사항 중 어느 하나도 빼놓지 말고 청와대는 물론 재정의 곳간지기 역할을 하는 기획재정부, 그리고 예산 집행 주체인 각 부처들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들이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로서는 이 정도의 훈계를 내놓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이해하자면 현 정부의 재정 운용이 그 만큼 미덥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재정의 방만한 운용은 당장의 후유증을 남기진 않는다. 심각한 후유증은 짧게는 다음 정권, 길게는 지금의 청년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되는 시점에 나타나게 된다. 그 점을 유념한다면 재정의 확장적 운용엔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심정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더구나 내년은 총선이 있는 해인 만큼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재정 운용과 관련해 어느 때보다 조심성을 키워야 할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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