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압박하는 정책을 줄기차게 구사하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집값 상승세가 이전 정부 때보다 더욱 가팔라졌다. 참여정부 당시와 비슷한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근본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 정부가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라는 사실을 또 한 번 입증해주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가파른 상승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달 있었던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서였다. 이 일로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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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같은 비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최근 추가로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부동산 114는 지난 10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올라온 서울 아파트 가격을 일정 기간 동안 전수조사한 뒤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조사 대상 기간은 2017년 1월부터 이달 초까지였다.

해당 기간 동안의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24만1621건이었다. 이들 아파트 거래 중 올해 하반기에 신고된 것의 평균 실거래가는 8억2376만원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당시인 2017년 상반기의 평균 실거래가 5억8524만원에 비하면 40.8%나 오른 가격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등록된 아파트 가격은 사실과 가장 근접한 수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매도자와 매수자 측 모두 거래 후 60일 이내에 각각 거래가를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여기에 등록된 가격은 실제 거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번에 부동산 114가 분석해 얻은 40.8%의 인상률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의 인상률에 해당한다. 결국 이 같은 결과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얻은 성적표가 되는 셈이다. 발표된 세부 분석 내용을 보면 그간 정부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주장해온 내용들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첫 번째 문제는 서울 전체 평균 거래가격의 지나친 상승이다. 조사 기간 동안 거래된 서울 아파트의 평균 상승폭은 2억4000만원에 육박했다. 집을 사기 위해 저축을 해온 사람들 입장에서 보자면 허탈하기 짝이 없는 결과다. 매달 1000만원 정도씩 따로 떼어 저축을 한 사람이 아니면 서울에서의 내집 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진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강남·비강남을 가리지 않고 서울 전역에서 고르게 아파트 거래가가 폭등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114 분석 결과 강남구가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지만, 그 다음부터 8위까지의 상승폭 순위는 비강남권 지역들이 휩쓸었다. 소위 강남권이라 통칭되어온 서초·송파를 능가하는 비강남권 지역이 최소 7곳 이상이라는 의미다.

강남구 아파트 평균 거래가는 올해 하반기 18억2154만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상반기의 11억8817만원에 비하면 53.3% 상승했다. 기타 서울 지역에서 강남구처럼 50% 이상 오른 곳은 모두 비강남권인 강북 지역이었다. 서울 다음으로 가격 상승폭이 큰 곳은 종로(51.9%), 광진구(51.3%) 순이었다. 올해 하반기 아파트 실거래가 평균치는 종로구가 8억3492만원, 광진구는 9억3929만원을 기록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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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용산구는 8억8642만원에서 14억8725만원으로, 서대문구는 4억7094만원에서 7억660만원으로 아파트 거래 가격이 상승했다. 약 2년 반 동안의 상승률은 각각 50.8%와 50.0%였다. 그 다음 상승률 순위를 차지한 곳은 영등포구(49.4%), 마포구(48.5%), 성동구(48.2%) 등의 순이었다. 범강남권으로 분류되는 송파구(45.85)와 서초구(43.6%), 강동구(35.0%) 등은 이들 강북 지역들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 같은 지역별 상승 현황은 서울 아파트 가격이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올랐음을 말해주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고가 주택의 기준으로 인식돼왔고, 실제로 정책 운용의 기준선이 되어온 9억에 근접했다는 점도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고가 주택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일은 과연 이 같은 집값 상승이 투기 세력에 의해 주로 이뤄졌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의 집값 상승 현상을 주도한 이들은 생애 최초 주택 매입자가 많은 30대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투기가 아니라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주요 그룹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교통과 교육 인프라가 좋은 서울의 요지에 있는 새 아파트를 주로 구입하려는 경향을 드러낸다. 국토부 및 한국감정원이 분류한 아파트 매입자의 연령대별 거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의 서울 아파트 매입에서 30대가 차지한 비중은 31.2%를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주 거래 세력으로 인식돼온 40대(28.7%)와 50대(19.0%)를 제치고 30대가 서울 아파트 거래의 주류로 부상한 것이다.

이를 두고는 몇 가지 분석이 제기된다. 그 중 하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낳은 부작용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즉, 규제 일변도 정책의 여파로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30대가 서둘러 집 장만에 나서고 있다는 뜻이다.

당첨 순위에서 40대나 50대에 비해 불리하다는 점, 은행 대출에 대한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 등도 30대가 아파트 매입에 적극 나서는 이유들로 거론된다.

이 같은 분석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투기 억제에만 매몰되는 바람에 아파트 실소유 희망자들에게 지나치게 큰 부담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곧 아파트 매입 목적을 투기로 단정하려는 고정된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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