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우리 생각엔…] 우리·하나금융 제재의 시그널은 금융소비자 보호
[Editorial-우리 생각엔…] 우리·하나금융 제재의 시그널은 금융소비자 보호
  • 박해옥
  • 승인 2020.01.31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DLF) 사태와 관련해 우리·하나금융지주 경영진에 대해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두 개의 은행 자체에 대해서는 6개월 간의 영업 일부정지와 과태료 부과 조치를 결정했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두 금융기관의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 결정이다. 제재심의위의 징계 조치가 확정되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예고된 연임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차기 회장 도전이 불가능해진다. 손 회장은 이사회에서 이미 연임을 보장받은 상태에서 오는 3월 주총 의결 절차를 남겨두고 있었다. 함 부회장은 하나금융의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돼온 인물이다. 하나금융은 내년 3월 주총에서 김정태 회장 후임을 결정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문제는 경영진에 대한 문책경고의 효력이다. 해임권고와 직무정지 다음의 무거운 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으면 그 당사자는 징계가 확정된 이후 3년 동안 금융권에서의 임원 취업에 제한을 받는다. 결국 제재심의위의 이번 결정이 금감원장에 의해 확정되면 손 회장의 연임과 함 부회장의 차기 회장 도전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한 가지 변수가 있기는 하다. 징계 내용이 당사자에게 통보되는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손 회장의 경우 연임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개인과 기관에 대한 금융 당국의 징계는 검사서가 당사자에게 통보되는 시점부터 효력을 발한다. 따라서 통보 시점이 오는 3월의 우리금융 주총 이후가 된다면 손 회장은 연임의 꿈을 이룰 수 있다.

현재로서 그 가능성은 희미하게나마 살아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경영진에 대한 징계는 금감원장 전결 사항이지만 기관에 대한 제재는 금감원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의 최종 의결을 필요로 한다. 또 경영진 개개인과 기관에 대한 제재 통보는 동시에 이뤄진다. 그 바람에 손 회장 등에 대한 문책경고 통보는 기관 제재 통보와 동시에 이뤄질 수밖에 없다.

결국 남은 문제는 금융위가 기관 제재에 대한 의결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라 할 수 있다. 그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손 회장의 운명도 달라지게 된다. 만약 금융위가 우리금융 주총 이후에 징계 의결을 하거나 통보 조치를 한다면 손 회장은 연임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금융 함 부회장은 이 경우에도 차기 회장 도전 꿈을 접어야 한다. 임원 선임을 위한 하나금융 차기 주총이 내년 3월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의 제재 결정은 오랜 기간 동안의 논란을 거쳐 이뤄졌다. 지루한 찬반 논란이 이어졌고, 위원회 내부에서도 일부 반론이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국 위원회의 민간위원들이 제재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중징계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찬반 논란의 기본 배경은 법적 근거의 명확성 여부였다.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민간위원들은 DLF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법적 대표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진에게 중징계를 가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불완전판매란 금융기관이 금융상품에 내재된 위험성이나 투기성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사진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문제가 된 DLF는 유럽 각국 등의 국채 금리와 연계된 것으로서 해당 금리가 떨어지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품이었다. 당국의 집계에 의하면 두 금융기관은 3400여명의 고객에게 그 같은 DLF 상품을 7900억여원어치나 팔았다. 그런데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원금의 98% 이상 손실이 발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연히 피해자들의 항의가 들끓었고, 해당 은행들의 불완전판매를 둘러싼 시비가 거세게 일어났다.

문제는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단순히 프라이빗 뱅커 개개인에게 돌릴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이에 따라 불완전판매 문제가 은행 내부의 치밀하지 못한 시스템에서 비롯됐고, 경영진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번 제재심의위의 결정을 앞두고 윤석헌 금감원장은 시장에 보내는 시그널과 제재의 공정성을 강조해왔다. 제재의 불공정성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시장에 고객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결정을 두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시장 친화적이지 못한 결정을 내렸다는 취지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금융위가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 강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수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기대 어린 전망도 제기된다. 동시에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의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주장도 일부 나오기 시작했다.

만약 징계 결정에 법적 문제가 있다면 해당 금융기관들은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냄으로써 제재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이후 행정소송 등을 통해 금감원 결정 자체를 무효화시킬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 자체에 대해 금융기관들과 징계 당사자들은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적 시비에 대한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중요한 것은 이번 결정에 담긴 메시지다. 그 핵심은 금융소비자 보호가 최우선 가치라는 점이다. 따라서 최근의 DLF 사태 관련자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면 금융 당국은 여당과 함께 그 근거를 분명히 마련하는 작업에 서둘러 나서야 할 것이다.

금융시스템의 안전망에 대해 회의를 품게 한 DLF 사태는 금융소비자들로 하여금 손 행장 등이 거대 금융기관의 수장으로서 적합한 인물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들에게는 경영 측면에서 손 회장 등이 이룬 성취보다 소비자 권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종 결말이 어떻게 나오든 차제에 금융회사들은 금감원의 징계 결정에 담긴 메시지만큼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