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정책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시장이 예상했던 대로다. 진작부터 시장의 관심은 동결 여부가 아니라 현재의 제로금리(0.00~0.25%)를 언제까지 유지할지에 모아져 있었다. 만에 하나 금리가 변동된다면 하락보다는 상승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도 제기됐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마이너스 금리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돼 있음을 미리 공언한 것이 그 이유였다.

파월 의장은 11일(이하 한국시간)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운영과 관련해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AP/연합뉴스]

그는 완전한 경제 회복이 이뤄지려면 많은 사람들이 광범위한 활동을 할 정도로 감염병 위험으로부터 벗어났다고 인식하는 상황이 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경기 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다짐하면서 “그건 긴 노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둘러 한 말들이지만 금리를 올리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보다 구체적인 발언도 있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경제 지원”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 회복의 속도를 결정할 주된 요소로 코로나19 사태의 억제를 꼽았다. 감염병 팬데믹이 조기 종식되지 않으면 미국 경제 회복 시점도 덩달아 늦춰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제로금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시사하는 보다 구체적인 자료도 제시됐다. 연준은 이날 FOMC 회의가 끝난 뒤 예정대로 점도표를 공개했다. 점도표는 통화정책 회의에 참여하는 위원 각자의 향후 정책금리 전망을 도표상의 점을 통해 보여주는 자료다. 위원 각자의 전망이 향후의 금리결정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점도표는 미래의 금리수준을 어느 정도 예측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번에 공개된 점도표 상의 정책금리 중간값은 2022년까지 0.1%로 나타났다. 위원들의 전망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2022년까지는 지금의 금리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1년까지는 금리가 오를 것이라 전망한 위원이 전무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현재 시점에서는 위원 전원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지금의 제로금리를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2년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위원은 두 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언론들이 회의 전부터 거론했던 수익률곡선관리(YCC: Yield Curve Control)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YCC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그 문제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고 전하면서 “그런 논의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도입을 검토하지는 않고 있지만 YCC 역시 연준이 고려 중인 통화정책 수단 중 하나임을 확인해준 셈이다.

YCC는 중앙은행이 특정한 국채를 타깃으로 정해둔 뒤 매입과 매도 물량의 조절을 통해 국채금리를 일정 수준에 묶어두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국채의 금리를 미리 정한 상한 또는 하한선 범위 안에 묶어둔다는 의미에서 ‘꼬끼리 말뚝박기’라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실업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미국인들. [사진 = EPA/연합뉴스]
실업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미국인들. [사진 = EPA/연합뉴스]

결국 YCC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가 아닌 시중금리를 직접 통제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시장의 자율기능을 거스른다는 점에서 이례적이고 비정통적인 수단으로 받아들여진다.

연준이 향후 YCC를 도입한다면 장기물 국채 금리의 상한을 정해둔 뒤 인상을 억제하는데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어쨌든 파월 의장이 ‘모든 수단’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만큼 YCC 도입이 조만간 가시화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 언론들은 그 시기를 오는 9월로 점치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도 제시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올해 말부터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그런 다음엔 수년간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날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도 그 같은 전망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FOMC 위원들은 미국 경제가 올해 -6.5%, 내년엔 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은 -5%(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