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단위 피해를 낳은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하나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새로운 사태의 진앙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다.

서울중앙지검은 7일 투자처를 속여 펀드 자금 수천억원을 끌어모은 혐의로 김재현 대표 등 옵티머스 관계자 3명을 구속했다. 법원은 이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소명자료가 갖춰졌고,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 등을 들어 김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된 사람은 김 대표 외에 옵티머스의 2대 주주인 이모씨, 법인 이사 겸 H법무법인 대표 윤모씨 등이다.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옵티머스자산운용 관계자들. [사진 = 연합뉴스]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옵티머스자산운용 관계자들. [사진 = 연합뉴스]

이들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면 연 2.8~3.2%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 수천억원을 모은 뒤 서류를 위조해 대부업체 및 부동산컨설팅 회사 등의 부실 사모펀드에 투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김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김 대표는 출석하지 않았다. 심사에 응한 윤 이사는 서류 위조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같은 행위가 김 대표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8일 현재 만기 도래 이후 환매가 중단된 옵티머스 펀드의 투자금 규모는 1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5월말 기준 펀드 설정 잔액 규모가 517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피해 총액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제2의 라임펀드 사태’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일파만파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사의 사기 의혹이 거론된다는 점도 라임 사태를 빼닮았다. 다만, 라임 펀드의 경우 판매사가 수십 개로 분산됐던 것과 달리 옵티머스 펀드상품은 NH투자증권에 의해 대부분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판매 대부분을 떠맡은 NH증권도 옵티머스의 사기 의도를 사전에 감지했을지 모른다는 데서 비롯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NH증권은 투자제안서에는 없던 사모펀드 상품을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7일자 한국일보 보도에 의하면 NH증권이 고객들에게 제시한 투자제안서에는 투자 대상으로 공공기관 매출채권만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막상 상담 고객이 투자를 결정한 이후 제공되는 규약에는 제안서에 없던 사모펀드도 투자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그 같은 내용의 규약은 당연히 NH증권도 소지하고 있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문제의 규약대로 옵티머스 측은 실제로 수탁사에 사모채권 매입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제기될 수 있는 의혹 중 하나가 투자제안서와 규약 내용의 차이를 NH투자증권이 정말 몰랐나 하는 점이다. 만약 그 차이를 인지하고도 펀드상품 판매를 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복잡해진다. 이에 대해서는 일단 금융감독 당국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혐의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NH증권 또한 검찰의 본격 수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스스로도 옵티머스의 사기 행각이 여러 경로를 거쳐 이루어졌을지 모른다는 가정 하에 판매사는 물론 수탁사 등으로 수사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NH증권은 도덕적 차원 이상의 책임을 짊어져야 할 처지에 놓였다. 최대한 선의로 해석해 옵티머스의 사기 의도를 미리 감지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객의 안전한 투자를 최대한 도와주고 안내해 주어야 할 금융사로서의 기본적인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 그 이유다.

한편 NH투자증권 측은 투자제안서와 규약의 내용이 일부 달랐다는 언론 보도를 반박했다. 두 문건 모두가 투자대상을 동일하게 다루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옵티머스펀드 투자제안서와 규약에는 사모채권이라는 단어는 없었고,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 외에 국내발행채권, 현금성 자산 등이 망라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