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이후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이번 주(6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해 12·16대책 발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상승률은 지난주보다 0.05%포인트 높아진 0.11%였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규제 내용을 담은 6·17대책이 나왔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오히려 상승폭을 키운 것이다.

경기도의 주간 상승률이 전주와 같은 수준(0.24%)을 이어간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을 누르니 서울이 다시 꿈틀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올만하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역풍선효과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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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를 진행한 곳은 한국감정원이다. 얼마 전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이 서울 아파트 매매가 중위값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52%나 올랐다고 발표했을 때 정부는 그 내용을 반박했다. 그 때 객관적 자료라며 정부가 제시한 것이 한국감정원 자료였다. 그 근거는 감정원의 부동산 시장 동향 자료가 통계청의 공식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이었다.

이번 자료는 정부가 신뢰성에 무게를 실어준 감정원의 조사 결과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서울처럼 규제를 강하게 한 곳에서 오히려 아파트값 상승폭이 커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규제의 역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매매 수요가 다시 서울로 몰려드는 기미를 드러내주고 있다.

서울에서도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큰 곳이 강남권이었다. 정부가 특정 규모 이상에 대해 토지거래허가 카드를 들이민 것이 오히려 화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동들을 포함하고 있는 송파구와 강남구의 주간 상승률은 각각 0.18%와 0.12%였다. 모두 서울의 평균 주간 상승률을 웃돌았고, 송파의 경우 서울 지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평균엔 못 미쳤지만 서초구 상승률도 지난주보다 오름폭을 0.04%포인트 키운 0.10%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감정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인접지로 매수세가 몰린 결과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정부가 ‘여기가 장래성이 있는 곳’이라 콕 집어 지역을 지정한 뒤 거래를 통제하니 그 주변 지역에서 집값이 튀어올랐다는 얘기다. 정부는 6·17대책을 내놓으면서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대치동·청담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집값 상승의 구체적 사례 중 하나가 강남구 도곡동의 대표적 역세권 아파트인 도곡렉슬이다. 이 아파트 전용 84.9㎡(8층)는 이달 3일 26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6·17대책 발표 이전인 지난달 6일 거래된 가격(23억1000만원, 11층)보다 3억 이상 오른 것이다.

‘마·용·성’ 지역에서도 아파트값 상승세가 전주보다 가팔라졌다. 마포구와 용산구는 각각 전주의 두 배인 0.14%, 0.1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성동구도 한 주 사이에 상승률을 0.05%에서 0.07%로 키웠다.

강남권이나 마·용·성 지역과 달리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된 노원구(0.08%→0.13%), 도봉구(0.08%→0.14%), 강북구(0.10%→0.13%), 금천구(0.05%→0.08%), 관악구(0.07%→0.10%) 등에서도 한 주 만에 아파트값 상승률이 더 커졌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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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적으로 몇 개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다시 가팔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기도에서는 아파트값 상승률이 전주와 같은 수준(0.24%)을 보였지만 높은 상승률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분당신도시를 품고 있는 성남시는 지난주(0.10%)보다 높은 0.32%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과천 역시 전주(0.16%)보다 상승률을 0.04%포인트 더 키웠다.

기타 주요 지역의 상승률 추이는 고양시 0.43%→0.43%, 광명시 0.23%→0.36%, 남양주시 0.20%→0.31%, 구리시 0.19%→0.33% 등으로 조사됐다. 6·17대책 발표 이후 풍선효과가 나타난 김포시에서는 0.58%의 상승률이 나타났다.

기타 지방에서는 세종시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세종시의 상승률은 지난주 1.48%에서 2.06%로 증폭돼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전셋값 상승세도 눈에 띌 정도였다. 이번 주 서울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주와 같은 수준인 0.10%를 나타냈다. 서울 전셋값 상승세는 54주째 이어졌다. 전셋값 상승률이 두드러진 곳은 강남권이었다. 강남구와 송파구에서는 나란히 0.16%, 서초구에서는 0.15% 상승했다. 강동구는 그보다 큰 0.22%의 상승률을 보였다.

경기도의 이번 주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전주보다 0.04%포인트 높아진 0.2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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