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금 폭탄’을 앞세운 부동산 대책을 추가로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22번째 제시된 부동산 대책이다. 10일 정부가 발표한 이번 대책은 징벌적 과세를 수단으로 제시했다는 특징을 지닌다. 실제로 7·10대책엔 주택 매입에서 거주, 양도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단계마다 세금 폭탄을 투하함으로써 소유자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겨주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이번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늘어난 취득세와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을 차례로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당장 지방세인 취득세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대상엔 다주택자 외에 법인도 포함된다. 이들에 대한 취득세 최고 세율은 기존 4%에서 12%로 폭증한다. 지금까지는 4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만 4%의 중과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2주택자는 8%, 3주택 이상 보유자는 12%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두 번째 폭탄은 취득 단계 이후 거주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투하된다. 보유세의 일종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된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은 최고 6%로 높아진다. 다주택 보유법인에는 예외 없이 6%의 세율이 적용된다. 현행 종부세 최고 세율은 3.2%다. 결국 다주택자나 다주택 보유 법인은 2.8%포인트까지 높아진 세율을 매년 감당해내야 한다. 종부세는 일회성인 취득세나 양도세와 달리 매년 6월1일을 기준으로 삼아 당시 보유자에게 해마다 부과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주택의 시가 총합이 50억이라면 매년 1억원 정도의 종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존 부담액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서울 강남에 30~33평형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종부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재산세는 별개다.

다주택자는 주택을 팔 때도 또 한 차례 폭탄 세례를 감수해야 한다. 양도세 폭탄이 그것이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팔 땐 지금보다 10%포인트 높아진 중과세율을 적용받는다. 이로써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를 기본세율(42%)에 추가로 얹어 양도세를 내야 한다. 각각의 최종 세율이 62%와 72%가 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들을 여당의 협조 하에 의원 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한다. 관련법은 이변이 없는 한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7·10대책엔 생애 최초로 주택을 마련하려는 이들과 신혼부부들에게 공급 혜택을 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신설하고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그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밖에 도심 고밀도 개발과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조정 등 공급대책도 담겨 있다.

다주택자들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이번 대책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지 여부도 일단 논외로 치고자 한다. 다만, 징벌적 과세가 납세정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만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7·10대책은 과세를 징벌적 수단으로 동원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낳고 있다.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로 신성시돼야 할 납세를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다는 명분 하에 징벌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 묻고 싶은 것이다. 본래의 용도에서 벗어난 과세정책은 납세의 신성함을 저해하는 한편 조세저항을 낳기 십상이다. 고래로 도가 넘치는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경구가 전해져오고 있다.

징벌적 과세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의지에도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 수 있다. 국민을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서민으로 편가르기한 뒤 소수를 압박하는 정책을 펼침으로써 나머지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2주택 이상을 보유한 가구는 전체 가구의 27.3%에 해당한다.

정부의 주택정책이 증세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세수까지 늘리는 손쉬운 방법이 세금 폭탄을 통한 주택수요 억제책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돈을 물 쓰듯 한다는 점도 그런 의문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금은 세금다워야 한다. 부과할 때나 쓰일 때나 합리성이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납세자들도 자부심을 느끼고 기꺼이 세정에 순응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일환이라며 시종일관 세금을 징벌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니 야당 지도자의 입에서 “세금의 기본원리를 모르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한번쯤 그 말의 의미를 곰곰 되씹어보길 권하고 싶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