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상대 갑질과 경쟁업체 비방 작업 등으로 미운털이 박힌 남양유업이 또 하나의 암초를 만났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고객사 격인 빙그레로부터 버림받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빙그레는 지난 3월부터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남양유업으로부터 우유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빙그레는 국내 4대 우유제품 생산업체다. 하지만 국내 공장 중 유독 김해공장엔 우유생산 설비가 없어 영남 지역 공략에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취해온 방식이 OEM을 통한 지역 시장 공략이었다.

[그래픽=빙그레 제공]
[그래픽=빙그레 제공]

이런 생산 방식은 한동안 순탄하게 이어졌다. 그러던 중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올들어 공급처를 남양유업으로 바꾼 것이 화근이었다. 이를 알게 된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빙그레 우유를 남양유업이 만들었어?”라는 등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곤혹스럽기는 남양유업 만의 일이 아니었다. 더 난감해진 곳은 오히려 빙그레였다. 빙그레는 그간 ‘슈퍼콘’이나 ‘빙그레 더 마시스’ 등의 자사 제품을 ‘B급 마케팅’을 통해 성공적으로 홍보해왔다. 이 같은 마케팅은 젊은층을 상대로 강한 소구효과를 불러일으켰고,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상품 광고는 물론 기업광고 측면에서도 성공을 거둔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공들여 쌓은 브랜드 이미지이지만 여기에 남양유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겹쳐지자 빙그레는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 그런 탓에 남양유업과의 결별을 심각히 고민하게 된 것이다.

빙그레 측도 고민에 빠져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남양유업과의 OEM 계약 해지 여부를 묻는 기자 질문에 “검토중인 사안이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남양유업 측과 검토 여부를 놓고 의견을 나눈 바도 없다고 부연했다.

빙그레 측은 남양유업과의 결별 이후 OEM 생산업체를 바꿀지, 김해공장에 생산설비를 새로 들여놓을지 등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사업 확장 차원에서 생산설비 신설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듯 보인다.

어찌 됐든 빙그레와 남양유업의 결별은 예정된 수순인 것으로 짐작된다.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남양유업으로서는 산 넘어 산을 마주하게 된 셈이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감성마케팅 시대다. 이 같은 흐름은 착한 소비니 윤리적 소비니 하는 개념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현대 소비사회에서 소비자의 감성과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브랜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는 생산자 중심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결말이 어떻게 나든 이번 일은 소비자 중심주의를 비웃는 생산자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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