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의 영향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뒤 내려갈 줄 모르고 았다. 올 가을 농축수산물 가격은 9년 만에 가장 비싼 수준을 보이고 있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은 채소류였다. 9월 채소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4.7% 상승했다. 같은 기간 농축수산물의 가격 상승률은 13.5%였다. 이는 2011 3월 14.6%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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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류 중에서도 배추와 무는 각각 67.3%, 89.8%의 상승률을 보였다. 우리 식단의 단골 부재료인 파의 가격도 40.1%나 올랐다.

차례상 필수품인 사과는 21.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과의 경우 20%대 상승으로 집계됐지만 추석 차례상을 준비한 사람들이 느낀 체감 물가 상승률은 그 이상이었다. 추석날 직전 사과는 어른 주먹만 한 것 한 개가 5000원 내외에 거래되기도 했다. 요즘 햄버거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토마토는 1년 전보다 54.7%의 가격 상승률을 나타냈다.

추석이 지나면서 과일에 대한 수요는 다소 줄었지만 채소류는 식탁의 필수 요소인 만큼 섣불리 구매를 줄일 수도 없는 대상이다. 이로써 채소류 가격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밥상물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에서 김장철이 다가오면 주부들의 근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9월 이후부터 날씨가 좋아진 만큼 10월 말부터는 채소류 값이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채소류의 생육 기간이 70~80일 정도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따라서 늦어도 11월 초순부터는 채소 값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김장을 담그는 데 따른 부담은 예년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상의 물가 상승 현황은 6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통해 확인됐다. 통계청은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6.20(기준연도인 2015년을 100으로 잡음)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1.0%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가 1%대를 기록하기는 지난 3월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3월 1%대를 기록하다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람들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급격히 꺾였다. 그 결과 4월 0.1%, 5월 -0.3%, 6월 0.0%, 7월 0.3%, 8월 0.7%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저물가 흐름에는 코로나19 외에 저유가와 고1 무상교육 조기 시행 등도 제각각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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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품목성질별로 분류해 살펴보면 1년 전에 비해 상품이 1.5%, 서비스가 0.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품 물가의 상승을 주도한 것은 앞서 언급한 채소류였다. 여기에 더해 축산물도 7.3%라는 만만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산물의 물가상승률은 6.0%로 집계됐다. 반면 국제유가 하락세 덕분에 석유류와 공업제품은 각각 -12.0% -0.7%를 기록했다. 전기·수도·가스도 -4.1%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코로나19의 영향 탓에 서비스 물가는 0.5% 오르는데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서비스는 전년 동월에 비해 1.3% 올랐다. 주거비용 부담도 1년 전보다 크게 늘었다. 전세가 0.5% 상승함으로써 2019년 2월(0.6%) 이후 최고의 상승률을 보였고, 월세는 0.3% 올라 2016년 11월(0.4%)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둘을 합친 집세 상승률은 0.4%로 집계됐다. 이 같은 집세 상승률은 2018년 8월(0.5%) 이후 가장 가파른 것이다.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0.5%에 머문 것은 고교 납입금 지원 강화와 관련이 있다. 공교육비 지원 강화로 인해 공공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에 비해 1.4%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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