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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뷰] 끝나지 않은 WTO 사무총장 선거전…미국의 유명희 지지, 새 변수로
[나이스뷰] 끝나지 않은 WTO 사무총장 선거전…미국의 유명희 지지, 새 변수로
  • 최진우 기자
  • 승인 2020.10.29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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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등극 가능성이 다소 희박해졌다. 결선 경쟁자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나이지리아) 후보가 회원국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확보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아직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 합의도출에 의한 만장일치 추대라는 WTO의 독특한 사무총장 선출 방식이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게 하고 있다.

유명희,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사진 = AFP/연합뉴스]
유명희,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사진 = AFP/연합뉴스]

WTO는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전체 회원국 대사급 회의를 연 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키스 록웰 WTO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그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도 미국 대표단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대신 유명희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날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유명희 후보를 지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 국무부는 각국 주재 자국 공관을 통해 주재국 정부가 유명희 후보를 지지하는지 여부를 파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진작부터 미국이 유명희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지난 19~27일 진행된 회원국 상대 선호도 조사에서 유 본부장보다 많은 지지를 받았다. WTO는 후보별 지지국 수는 공개하지 않은 채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큰 차이로 앞섰다고만 밝혔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측은 163개 회원국 중 104개국으로부터 지지를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WTO는 선호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사무총장으로 추천했다. 사무총장 선거 관리자인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이런 사실을 회원국 대사들에게 전했다. 전달 시점은 한국시간으로 28일 밤 11시경이었다.

WTO의 이런 행보는 사실상 유명희 본부장에게 후보 사퇴를 권고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그 이후 미국이 유명희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 표명함으로써 순탄할 것 같았던 WTO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 묘한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정 후보 선출에 대한 미국의 반대가 갖는 의미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반대는 사실상의 거부권 행사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회원국 상대 선호도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성명을 내고 WTO 차기 사무총장으로 유명희 후보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USTR은 성명에서 유명희 후보를 “성공적인 통상 협상가 및 무역정책 입안자로서 25년 동안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통상 전문가”라고 추켜세우며 “WTO의 효과적 지도자가 되기 위한 역량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성명은 또 “지금 WTO와 국제통상이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며 “25년 동안 다자간 관세협상이 없었고 분쟁 해결 시스템이 통제 불능 상태에 있으며, 의무를 준수하는 회원국이 너무 적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개혁이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USTR은 이 같은 논리를 앞세워 WTO를 경험 있는 사람이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입장 발표로 유명희 본부장은 당분간 사태를 관망하며 후보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데다 후보 사퇴 발표가 미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이 그 배경이다.

두 후보에 대한 선호도 집계 결과는 최근 유럽연합(EU)의 표심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쪽으로 기울면서 유명희 본부장에게 불리하게 나타났다. WTO의 또 다른 주요 회원국 중 중국과 일본도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금의 후보 지지 구도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세계은행에 장기간 근무하는 동안 세계주의자들과 긴밀히 지낸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특정 국가의 국제적 의무 미준수 등을 이유로 들며 최근 고립주의 노선을 걸어왔다.

미국의 반대로 WTO 사무총장 선출은 순탄치 못한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커졌다. 록웰 WTO 대변인은 “향후 컨센서스(합의) 도출 과정에서 정신없이 많은 활동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WTO는 컨센서스 도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정된 1인 후보를 다음달 9일 열리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사무총장으로 추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