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가 각 가정으로 날아들면서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과세 대상이 일부라 하지만 그 범위와 부담 정도가 급속히, 그리고 과도하게 커진 것이 원인이다. 사방의 아우성과 비명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듯 보인다. 사실상 ‘네 편’ 취급을 당해온 이들의 비명쯤이야 알 바 아니라는 투다.

종부세는 부유세 성격을 띠고 탄생한 세목이라 할 수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부동산 부자들에게 별도의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과세형평을 이룬다는 것이 제도 도입의 주요 목적 중 하나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산층은 그 대상이 아니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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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종부세는 우리 사회의 중추인 중산층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세금이 돼버렸다. 사회적 의미의 중산층은 중위계층 또는 중간층과 구분되는 개념이다. 대체로 소득 수준이 상위 20%에 속할 때 중산층이란 평을 듣는다. 스스로 그런 의식을 갖고 있는지 여부도 중산층을 가르는 주요 요인이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중산층 늘리기를 주요 정책목표로 삼는다.

상당수 중산층까지 대상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이제 종부세 부과의 명분은 크게 희석됐다. 아직 명분이 살아 있다면 그 흔적은 강남권 부자들의 중형 이상 아파트 또는 다주택에 대해 천문학적 수준의 세금이 부과된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부자라고 하는 이들은 주택과 관련된 재산세와 종부세만 해도 올해 수천만원 또는 수억원을 내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과거 7·10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보유주택 시가 총액이 50억원 정도라면 종국엔 종부세만 연간 1억원 정도를 내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었다. 서울 강남이나 기타 인기 주거지에서 국민주택 규모(84㎡) 아파트 두 채만 가지고 있어도 억대의 종부세를 내야한다는 의미였다. 이는 종부세 최고세율이 6%로 높아짐에 따라 곧 나타날 현상이다.

1억을 거론했지만 그마저 종부세만 따진 결과다. 여기에 1년에 두 차례 내는 재산세까지 얹혀지면 그 액수가 얼마일지는 선뜻 가늠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부유세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과도하게 많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부자는 아니지만 중산층이라 자각하는 이들조차 종부세의 칼날을 비켜가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종부세가 사실상 보편적 성격의 세금으로 변질된 탓이다. 그 바람에 과세형평이란 제도 도입 취지도 덩달아 훼손된 측면이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종부세나 재산세 등 보유세는 미실현 소득인 평가이익에 대해 매겨지는 세금이다. 더구나 처분 가능한 자산으로서의 부동산이 아니라, 달랑 한 채뿐인 아파트에 대해서도 1년에 수천만원씩 부과된다. 현 정부의 로드맵에 입각한 각종 시뮬레이션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강남권에서 30평대 아파트 한 채만 가진 이들도 2~3년 뒤면 매년 보유세를 3000만, 4000만원씩 물어야 할 판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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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세청이 소개한 시뮬레이션 사례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영끌’ 대출로 돈을 모으고 모아 집을 장만했음직한 38세 1주택자의 공시가 16억5000만원짜리 아파트에 올해 부과될 종부세는 271만원이다. 여기에 더해 재산세까지 감당하려면 이 사람은 재벌 2, 3세가 아닌 한 허리띠를 있는 대로 졸라매고 살아야 한다.

이러니 세금이 아니라 벌금이란 푸념이 나오는 것 아니겠나. 다른 일각에선 정부에 한 달에 수백만원씩 월세 내고 살게 됐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긴축의 고통이 주로 1주택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차라리 다주택자라면 주거용 이외의 것을 팔아 세금 낼 돈을 마련할 수도 있다. 여분의 집을 비싼 값에 전세 또는 월세로 내놓은 뒤 그 돈으로 세금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영끌로 겨우 집 한 채 장만한 사람이라면 그마저 불가능하다. 오히려 투기와 무관한 1주택자가 벌금 성격의 세금 부과를 더 힘겹게 버텨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는 얘기다. 주리를 틀 듯 이들을 괴롭힌다 해서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 리도 없다.

무언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일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진정한 목적이라면 적어도 1주택자에게 가혹한 세금을 물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가혹한 세금은 국민들에게 호랑이보다 무서운 상대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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