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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라기] 허탈감 안겨주는 대기업 총수들의 ‘내맘대로’ 연봉
[호루라기] 허탈감 안겨주는 대기업 총수들의 ‘내맘대로’ 연봉
  • 이선영 기자
  • 승인 2021.03.24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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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대기업 총수들의 ‘내맘대로’ 고액 연봉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3월 주주총회 시즌이면 연례행사처럼 등장하는 이슈라지만 올해의 경우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 논란이 된 연봉 수령 시점이 전대미문의 감염병 대유행 기간과 겹친다는 점이 그 이유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돼 지난해 벽두부터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특히 비대면이 새로운 루틴으로 자리잡으면서 경제활동에 큰 타격이 가해졌다. 그로써 기업과 개인 등 각 경제주체들은 뜻하지 않은 손실을 입게 됐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도약한 기업들도 있었다. 비대면 증가로 오히려 덕을 본 다수의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이 그에 해당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규모와 무관하게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전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사람들의 경제활동이 줄어든데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기업들은 매출이 줄어들었고, 제조업 등에서의 안정적 일자리도 크게 축소됐다. 일자리를 유지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임금 삭감의 고통을 견뎌내야 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확인된 대기업 총수들의 지난해 고액 연봉은 많은 이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특히 영업 부진을 빌미로 순환휴직을 실시하거나 직원들 연봉을 삭감한 기업의 총수조차 전년보다 대폭 늘어난 연봉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허탈감은 더 커졌다.

대기업 총수들의 고액 연봉 잔치는 그들이 기업을 사회적 자산이 아니라 개인 소유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객관적 기준도 검증도 없이 마음만 먹으면 사실상 자기 연봉을 스스로 결정짓는 현재의 기업 풍토가 그 배경을 이룬다.

총수 연봉으로 가장 크게 주목받은 곳은 대한항공이다. 주지하다시피 대한항공은 비대면의 일상화와 ‘집콕’ 문화의 정착으로 인해 심대한 타격을 입은 기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에 전년 대비 4조7780억원의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매출은 전년 대비 7946억원 감소했다. 감소율은 각각 39%, 66%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수인 조원태 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30억9800만원에 이르렀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에서 각각 17억3200만원과 13억6600만원을 받은 덕분이었다. 전년 대비 연봉 인상폭은 12억500만원(64%)이었다.

그러나 대한항공 직원들의 지난해 총급여 액수는 18%나 줄어들었다.

연봉이 많기로 치면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사장은 지난해 급여(11억8400만원)와 상여금(37억여원) 등을 포함해 48억9000만원을 챙겼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52.6%다. 반면 호텔신라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4.2% 감소한 3조1881억원에 그쳤다. 호텔신라는 지난해에 18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호텔업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데 따른 실적이었다. 그 결과 지난해 직원들의 연봉은 전년에 비해 평균 15.3% 감소했다.

이부진 사장의 연봉 상승이 장기성과 인센티브 증가에 기인한 것이라곤 하지만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기업의 실적 여부를 떠나 지난 한 해 동안 눈에 띄게 많은 연봉을 챙김으로써 주목받는 총수들은 이들만이 아니다. 이재현 CJ 회장(123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12억원), 손경식 CJ그룹 회장(102억원), 구자열 LS 회장(77억원) 등이 그들이다.

천문학적 수준의 퇴직금을 받아 눈길을 끈 총수들도 있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은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퇴직금으로 141억원을 챙겼다. 허창수 GS 명예회장은 작년에 퇴직금으로만 97억원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대기업 총수들이 거액의 연봉과 퇴직금을 받는 것만을 두고 비난을 가하는 것은 잘못일 수 있다. 그들이 기업의 이익 증진에 기여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의문스러운 부분은 과연 그들의 고액 연봉 및 퇴직금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기준에 의해 산출됐는가 하는 점이다. 기업 실적이 거의 반토막난 상황에서도 총수의 연봉이 급등한 예가 드물지 않은 것을 보면 그에 대한 답은 ‘No’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불합리를 가능케 하는 것 중 하나가 총수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고정급 시스템이다. 퇴직금 산정시 뚜렷한 근거 없이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산식에 임의의 배수를 적용하는 관행도 문제를 낳는 요인 중 하나다.

총수들의 거액 연봉은 해당 회사 직원들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허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 요즘 같은 국난기엔 더더욱 그렇다고 보아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총수들의 ‘내맘대로’ 연봉과 퇴직금 지불 관행을 손볼 시스템을 재계 스스로 마련하길 권하고 싶다. 상생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그런 시스템은 빨리 만들어질수록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